법원은 끝내 참담한 죽음의 책임을 원청에 묻지 않았다. 용균이 엄마가 주저앉아 소리쳤다. 울었다. 곧 눈물 닦고 입술을 꽉 물었다. 언제나처럼 전화기에 적어 둔 글을 기자들 앞에서 읽었다.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쉬운 말로 어려운 얘기를 익숙하게 풀어냈다. 종종 고개 들어 카메라 바라보는 눈에 물 고여 붉었다. 아들의 5주기, 엄마는 법 앞에 울었지만 금방 다시 꼿꼿했다. 옷이 그거 한 벌인지, 엄마가 만날 입는 검은색 점퍼엔 꽃 든 용균이 얼굴을 새겼다. ‘오늘도 안녕’이라고 적었다. 참 쉬운 말인데, 오늘도 일터에서 끼이고 질식하고 떨어져 죽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있어 어려운 말이 되고 만다. 내려 두지 못한 채 옆구리에 끼고 사는 팻말엔 원청의 책임이라고 적혀 있다. 책임을 벗은 원청만이 오늘도 안녕하다. 일하다 죽지 않게, 그 당연한 말을 짓느라 어깨 겯고 달려온 사람들이 먼 길 싸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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