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노조
▲ 전력노조

정부·여당이 그간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했던 전력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전 자회사인 한전KDN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가운데 한전의 기능과 자산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전력 민영화’ 시도가 본격화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한전의 재무 위기를 이유로 든다. 그러나 정부의 전기요금 통제가 경영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민영화가 아닌 요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전망 건설, 민간 개방”
용인 클러스터 성공 위해 정부 의지 강해

김성원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발의한 ‘국가기관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소위 관계자는 “대표발의한 김 의원이 관계부처와의 조율 부족 등을 이유로 다음에 심사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핵심은 송전망 건설사업에 민간의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한전은 현재 송·배전 독점 사업자다. 해당 법 13조2항은 “송전사업자 외의 자가 개발사업을 시행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해 한전의 독점체계를 무너뜨렸다. 각종 인허가 장벽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당은 민영화 법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별법은 민간이 개발사업을 해도 소유권을 한전에 이전하도록 했다. 사업 시행을 위한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국무총리 산하 전력망확충위원회에 부여해 민간사업자를 선별하겠다고도 했다.

송전망 건설 민간 개방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산업단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다. 정부는 전력 공급 인프라에 용인 클러스터 성패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산자위 위원들이 13조2항을 전력 민영화로 보고 반대하는 만큼 특별법 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행법에 송전사업에 대한 한전의 독점권한이 명시되지 않아 정부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자부는 부인했지만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산자부는 이날 “정부는 신규 송·배전 사업자의 허가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한전 송·배전 사업의 민영화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더 큰 비용부담으로 돌아올 것”
“한전 경영위기 타개, 민영화 아닌 전기요금 인상해야”

송전망 건설 민간 개방 배경으로 한전의 재무 악화가 꼽힌다. 한전 부채비율이 올해 500%를 돌파하면서 송전설비 건설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 개방은 임대형 민간투자(BTL)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건설하면, 정부가 임대료로 투자비를 보전해 주는 식이다.

당장 돈은 안 들겠지만 더 큰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향후 전기요금도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송재도 전남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민간에 수익률을 보장해야 하고 투자보수율도 한전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이 줘야 민간이 참여할 것이기에 결국 송전원가 상승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반대로 투자보수율이 한전보다 낮아질 경우 민간은 이윤을 내기 위해 하청에 낮은 임금과 불안한 노동 환경을 전가해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력노동자들도 반발했다. 전력노조(위원장 최철호)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앞에서 ‘전력산업 붕괴시키는 정치요금 즉각 중단! 송전망 민영화 조장 전력망특별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최철호 위원장은 “우리는 그동안 맥쿼리인프라 같은 투기자본이 국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과잉 설계하고 막대한 고수익을 챙기는 행태를 봐 왔다”며 “모든 피해는 한전에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전 경영위기를 이유로 우회 민영화가 시도되고 있다. 한전이 지난 8일 자구책으로 발표한 한전KDN 지분 매각도 같은 맥락이다. 한전 재무제표에 따르면 부채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이 올 3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등 재무 상황이 좋아지는 만큼 추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부채비율을 적정수준으로 하락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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