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개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미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는 개정 노조법과 방송 3법이 안건에 상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2일 이전에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해 개정 노조법과 방송 3법을 안건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 노조법과 방송 3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로부터 15일 이내 개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만큼 다음달 2일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노동계와 야당은 개정 노조법과 방송 3법을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즉각 공포하라”

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사업주가 사내하청,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자로 교섭의무가 있음을 반복적으로 결정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되는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거나 국민여론을 거스르지 말고 개정법안을 즉각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대통령실 앞을 비롯해 전국 14곳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조법 개정에 대한 국민 지지가 70%가 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60%를 넘겼다”며 “국민이 무조건 옳다던 대통령, 이제 국민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 3법 공포도 강조했다. 윤 직무대행은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중립은 민주주의를 지켜 내는 지름길”이라며 “이를 외면하는 대통령과 깎아내리는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국민 모두는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조선 하청노동자는 원청 사장과 교섭 한 번 못 해 보고 파업투쟁이 불법으로 내몰려 470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며 “이미 한국 사회는 하청과 비정규직 이 보편적 고용이 됐고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사회에 진출하면 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비정규직이 교섭도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대식 언론조조 수석부위원장은 “방송 3법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시청자인 시민을 위한 법”이라며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이 공영방송 사장을 바꾸고, 방송도 모르는 박민 같은 자가 KBS 사장이 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양경수 당선자 “정권 퇴진 없이는 법 개정도 소용없어”

전날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강조했다. 양 당선자는 “3년 전 위원장 당선 첫 행보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이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첫 행보가 노조법과 방송 3법 거부권 행사 시도에 맞서는 기자회견이라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지 않는다면 현장의 임금·단체교섭도, 국회의 법률 개정도 소용이 없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싸울 것이다”고 말했다.

김재하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대통령 한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권을 남용한다면 국회의 입법절차나 여론·언론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흡사 군부독재 계엄령을 연상케 하는 정국”이라고 개탄했다.

김금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하청업체로 간접고용된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는 17년간 고용불안에 떨면서 하청에 교섭이라도 하자고 하면 원청이 준 게 없다면서 외면당했다. 이 때문에 업무에 필요한 책상이나 헤드셋 하나 바꾸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며 “단순 노무관리밖에 할 수 없는 하청이 아니라 원청과 직접 소통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년 고객센터 상담사 직접고용 방안을 다루는 사무논의협의회에서 소속기관 직접고용에 합의했지만 2년 동안 시행을 미루고 있다.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이날로 28일째 단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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