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검은 머리 엄마가 흰머리 엄마 옆에 살갑게 붙어 웃는다. 그 주름 많은 얼굴 살피며 때때로 찡그린다. 두꺼운 검은색 겨울 점퍼 차림 두 사람이 천막을 드나든다. 거기 얼굴 없는 검은색 영정이 줄줄이 걸려 있다. 향내 짙어, 분향소다. 흰머리 엄마가 그 앞에서 분주하다. 검은색 영정을 세우고 흰색 국화를 붙인다. 검은 머리 엄마가 먼저 보낸 아들의 5주기 추모 기간을 선포하는 자리를 흰머리 엄마가 꾸민다. 일하다 죽지 않게, 그 당연한 말을 하느라 사람들이 팔 들고 벌을 선다. 내 아들을 살려 내라, 그 가망 없는 말을 외치느라 유가족이 길에 산다. 검은 머리 김용균의 엄마가 흰머리 강보경의 엄마 곁을 지킨다. 아들 영정 품고 100여일, 흰머리 엄마는 회사의 사과를 받았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면서 강보경의 엄마가 울었다. 내 아들을 살려 내라, 영정 품고 오열했다. 김용균의 엄마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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