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장복귀·고용유지 효과가 미미하고 이미 낮은 소득대체율을 더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센터장 김지희)는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 이대로 좋은가’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자의 직장복귀율을 높이고자 육아휴직급여의 75%는 휴직 중 지급, 나머지 25%는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무했을 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제도다. 2011년 1월 도입됐고, 2015년 7월 사후지급금 비율을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했다,

5년간 사후지급금 미지급 2천37억원
“고용유지 효과 미미, 소득대체율 더 낮춰”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지난 5년(2018~2022년)간 사후지급금 미지급 사례는 10만3천618건, 액수는 2천37억3천만원으로 이 중 81%가 개인사정에 의한 자발적 퇴사가 사유”라며 “사후지급금은 소득대체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육아휴직 급여체계에서 실질 소득대체율을 더 낮춰 소득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사후지급금제도의 효과성에 관한 기존 연구를 살펴봐도, 육아휴직 사용 뒤 고용유지율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이긴 하지만 이것이 사후지급금제도의 영향인지, 다른 육아휴직제도 변화의 영향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위원은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육아휴직 뒤 직장복귀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육아휴직을 퇴직 전 사용하는 제도로 악용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수진 변호사(법무법인 천지인)도 주제발표에서 “사후지급금은 수명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육아휴직자 직장복귀와 고용유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육아휴직 기간 중 사후지급금 제도로 생계비가 감소하며, 현실에서는 비자발적 퇴사로 인한 사후지급금 미수령자가 3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사후지급금을 폐지하고 육아휴직급여를 전부 지급하는 것이 육아휴직 활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사후지급금 폐지시 육아휴직급여만 챙기고 회사에 복귀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나,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노동·직장내 괴롭힘 수단되기도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관련 상담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진아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육아휴직 복귀자들이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하고 퇴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급받을 수 없는지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계속근로를 유인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강제근로를 하게끔 하거나 육아휴직급여 일부를 포기하게끔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미정 센터 법률지원팀장도 “육아휴직 사용 뒤 꼭 6개월 이상 근무해야 하느냐 같은 사후지급금에 관한 상담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그래도 사후지급금이 고용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지켜봤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서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윤정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실장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높지도 않은데 사후지급금 비율을 25%로 올린 것은 정책의 실수로 보인다”며 “육아휴직 뒤 복직을 유인하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후지급금이 매력적이지 못한 만큼 폐지를 고려해야 하며 육아휴직제도 개선과 일가정양립 환경 조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영 민주노총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 상임연구위원(공인노무사)은 “육아휴직 뒤 경력단절이 되지 않는 게 목적 아니냐”며 “꼭 같은 사업장이 아니라도 복귀를 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낮아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한데 여기에 사후지급금이 보태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부 차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지희 센터장은 “육아휴직제도 개편방안을 만들면서 사후지급금 폐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출발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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