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노동기구(ILO)

지난 10일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는 노동자단체가 행사하는 파업권이 ‘결사의 자유 및 조직할 권리 보호’ 협약 87호와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 협약 98호에 해당하는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파업권(the right to strike)이 87호와 98호에 포함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ILO 의사결정기구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된 때는 2014년 6월 ILO 국제노동대회였다. 1926년 이후 ILO는 국제노동기준 침해 사례를 노사정 3자 합의로 채택해왔는데, 그해 국제노동대회에서 사용자그룹이 관련 토론을 거부하여 대회 의사진행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학자 17명으로 구성된 ILO 전문가위원회는 매년 대표적인 노동권 위반 사례를 정리한 보고서를 ILO 연차총회인 국제노동대회에 제출해 왔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논의를 국제사용자기구(IOE)가 전면 거부함으로써 2014년 ILO 총회에서는 보고서 채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국제노총(ITUC)은 “노동자를 위한 사회 정의와 법치 존중의 토대로 출범한 ILO의 근간이 사용자들의 방해로 흔들리고 있다”며 “국제노동기준의 확립과 이행에 핵심 역할을 하는 ILO 기준적용위원회 권위를 훼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권 메커니즘을 무너뜨리고, 지난 한 세기 동안 면면이 이어져 온 ILO를 통한 국제 수준의 사회적 대화를 약화시켰다”고 사용자그룹의 행태를 비판했다.

사용자그룹은 파업권이 결사의 자유를 명시한 ILO 협약 87호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원리를 부정했다. 사용자측은 “협약 87호와 98호가 파업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ILO 전문가위원회의 견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파업권에 반대하는 사용자그룹의 공세는 이미 2012년 ILO 대회에서 전조를 보였다. 당시 사용자그룹은 파업권이 문제가 된 나라들을 다루길 거부함으로써 기준적용위원회 논의를 중단시켰다. 당시부터 사용자그룹은 ILO 협약 87호 어디에도 파업권에 대한 분명한 문구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준으로서 ‘결사의 자유’에는 파업권이 없다는 해석을 강변했다.

2013년에도 사용자그룹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노동자그룹은 회의 중단을 우려해 사용자그룹의 주장을 충분히 받아치지 않았다. 2014년 ILO 대회에서 사용자그룹은 87호에 대한 공격을 넘어 단체협약권을 명시한 98호 협약에 대한 공격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이번에 ILO 이사회가 파업권 해석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함으로써 십 년을 끌어온 논란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결론 내릴 것을 보인다. 2014년 대회에서 노동자그룹은 ILO 헌장이 정한 절차에 따라 파업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데 찬성했다. 국제노총은 지난 13일 성명에서 “파업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면서 ILO 이사회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ILO 이사회 결정은 정부대표(19표)와 노동자대표(14표) 등 총 33표가 찬성함으로써 가능했다. 반대표는 사용자대표(14표)와 정부대표(7표) 등 총 21표였다. 정부대표 2명은 기권했다. ILO 이사회는 모두 56명(정부 28명, 노동자 14명, 사용자 14명)으로 구성한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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