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영 기자

사무금융노조 구글코리아지부(지부장 김종섭)는 지난 4월 출범했다. 본사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서다. 설립 초기만 해도 김 지부장은 노사 대화가 원활할 것 같았다. 서로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믿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것보다 제약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글로벌 IT대기업도 한국형 노무관리와 다를 바 없었다.

김 지부장은 2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국제사무직노조연합 아시아태평양지역(UNI APRO) IT노동자 네트워크회의에서 노조 활동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구글코리아지부를 비롯해 사무금융노조 마이크로소프트지부, 오라클지부, SAP지부와 화학섬유노조 네이버지회, 스마일게이트지회 대표단이 각국 IT노동자들에게 한국 현실을 알렸다.

회사밖 업무시간외 교섭하자는 구글

구글코리아지부는 첫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실무교섭까지 포함해 20여 차례 노사가 교섭을 진행했다. 현재 본교섭 진행을 위한 기초합의서까지 작성했다.

교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 지부장은 “평소 사내문화를 생각해 사측이 노조를 포용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회사는 교섭시 회의실 등 사내 시설을 이용하지 못 하게 했고, 업무 시간 교섭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회사 이메일로 노조를 홍보하니 사측은 외부 물건 판매 금지를 목적으로 한 규정을 언급하며 회사 이메일을 쓰지 말라고 하더라”며 “그동안 한국 기업이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전형적 태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나의 자본에 맞서 노동자도 하나로 뭉쳐야”

IT기업은 프로젝트 방식의 업무 특성상 노조 활동을 하기 쉽지 않다. 노동자들이 프로젝트별로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해 동질성이 부족하고, 다양한 직군이 모여 근무조건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지회(지회장 오세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사뿐 아니라 전 계열사 노동자 모두를 조합원으로 받고 있다. 오 지회장은 “본사 인원만으로는 파업 효과가 없다”며 “하나의 자본에 맞서 노동자도 하나될 때 모두가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본사 및 계열사 직원 1만6천여명 중 네이버지회 조합원은 4천500명으로, 이중 본사 소속은 1천700명이고 나머지는 계열사 소속이다.

글로벌 기업일 경우 해외본사 소속과 한국법인 소속 직원이 뒤섞여 있는 문제가 있다. 곽창용 마이크로소프트지부 사무국장은 “글로벌 차원에 구조조정, 조직변경이 발생했을 때 해외본사 소속은 노조가 본인들을 보호하지 못할 거라고 오해해 조직적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IT노동계만의 성과도 있다. 곽 사무국장은 “노조가 본사 임금동결에 맞서 올해 3% 임금인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며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전 세계 MS 직원 중 2%도 안 되는 한국에서 임금인상을 했다는 점은 큰 의미”라고 짚었다. 이어 “HP코리아노조는 최근 마이크로포커스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권고사직을 6개월간 투쟁 끝에 전원 복귀시킨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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