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아무개 회사 사장 A씨는 최근 B노동자에게 “이렇게 일하려면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소리쳤다. 충격을 받은 B씨는 짐을 싸서 회사를 나왔다. B씨의 퇴직은 부당해고로 봐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사직한 것으로 봐야 할까.

2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중노위 심판 중 해고와 관련한 사건에서 B씨 사례처럼 해고의 존부를 다투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해고가 정당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해고가 있었는지 여부를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중노위 해고 사건 처리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4천246건이었는데 지난해는 4천601건으로 8%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3천222건을 처리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 통계는 5천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해고 사건을 유형별로 살펴봤더니 해고가 있었는지 존부를 다투는 비율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해고 사건 중 해고 존부 사건 비율은 2021년 15%에서 지난해는 21.5%, 올해 8월까지는 25.8%로 급증했다. 반면 징계해고는 같은 기간 30.8%→27.0%→23.4%로 내리 감소했다.

2007년 시행된 해고서면통보제도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해고는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최근 해고 사건에서 해고 존부 유형이 증가한다는 것은 ‘해고한 적이 없다’는 식의 사용자 주장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해고 존부 다툼을 줄이기 위해 사직서 서면통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중노위는 “해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근로자는 근로계약서를 꼼꼼히 챙기고, 사용자는 징계의 정당성을 세세히 살핀 뒤 관련 규정에 명시된 절차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간제 비정규직의 갱신기대권 문제도 노동위 해고 사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고 갱신되는 것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가 해고(계약해지 혹은 연장 거부)된 기간제 비정규직 중 노동위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전체 해고 사건 가운데 2021년은 21%, 2022년 18.9%, 올해 8월까지는 18.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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