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기훈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단식 중인 남재영 감리교 목사가 집회와 시위를 방해하는 경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다.

남 공동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리교본부(동화면세점) 앞에서 인권·노동안전보건단체가 연 기자회견에서 “감리교에서 목회활동을 한 목사가 감리교본부 앞에서 천막을 치고 금식기도를 하겠다는 경찰이 침탈해 종교를 능멸하고 이를 저지하는 청년들까지 연행했다”며 “종교인 금식기도를 민주노총 선발대라며 감리교본부에 입점한 동화면세점쪽에 시설보호요청을 종용하고 이를 구실로 탄압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사회가 끊임없이 비정규 노동자 짓밟아”

남 공동대표는 비정규직의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적 감수성으로 비정규직과 동행해 온 종교인들이 보기에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비정규 노동자를 짓밟고 죽이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타살을 멈추는 첫 걸음이 바로 노조법 2·3조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정부 이송 뒤 공포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노동자·특수고용직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다. 재계와 정부여당은 본회의 통과 뒤 “산업현장을 파괴한다”며 일제히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공연히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 노동·시민사회·종교계가 일제히 거부권 행사 저지에 나섰다. 

엄진령 불안정노동철페연대 상임집행위원은 “개정 노조법은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받은 모든 노동자에게 부족하나마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노동력을 이용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은 원청 자본을 상대로 드디어 (헌법상 권리인)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실제 손실이 아닌 모든 경영의 이윤을 회수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자본이 자행했던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원청교섭, 안전사회 지름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이 안전한 사회를 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사고 전 아들의 동료들이 28차례나 위험 시정을 요구했으나 원청은 자기 직원이 아니라며 묵살했다고 한다”며 “하청노동자 같은 비정규직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원청과 교섭권이 보장돼야 하고, 거액의 손배 폭탄으로 인명피해가 없도록 손배 폭탄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를 위법하게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전국노동자대회 이후 연행당한  정동은 서울장애인철폐연대 활동가는 “장애인의 노동권을 위해 행진하던 대오를 경찰이 막아서고 폭력적으로 연행했다”며 “노조법은 노동할 권리를 더 두텁게 확대하는 법으로 거부권 행사 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이 승리로 다가오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공유지 밀려나 사유지서 천막농성하는 기막힌 현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감리교본부와 동화면세점조차 사유지임에도 평화로운 금식기도를 허용하고 천막 설치를 허가했는데 경찰은 13일 저녁부터 농성장으로 진입하려는 시민의 소지품까지 검사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자행하면서 천막 설치를 막았다”며 “공유지에서 할 수 없는 천막농성을 사유지에서 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자감세를 강행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어떤 시민이 욕하지 않겠느냐”며 “그런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자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라고 선언했다. 239개 단체, 2천908명의 시민이 참여한 선언문에는 “대통령 거부권은 국회의 입법권이 헌법 취지에 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행사를 위해 만든 게 아니다”며 “국회에서 의결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헌법과 국제기준의 최소기준을 담았을 뿐인데도 경제 혼란 같은 거짓 선동을 하며 행정부가 재벌과 대기업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 옳은가. 윤석열 정부가 시도 때도 없이 시민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을 막은 것은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행정권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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