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각종 ESG 평가가 이미 대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평가와 관련해 정부와 재계의 담합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의 관점으로 ESG를 바라보는 ‘L-ESG’ 역시 이런 구조를 넘어서 지속·확산하는 구조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시민사회 관점 ESG 평가지수 성과”
50개 기업집단 평가, 내년 72개로 확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L-ESG 정례포럼’에서 ‘50대 기업 ESG 평가 발표의 의미와 과제’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경주 경제민주화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지난 5월 50대 기업집단의 ESG 경영을 평가한 결과 SK가 2년 연속 1위, 태광이 2년 연속 꼴찌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 최초로 ESG 평가지수를 발표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 상임대표는 “ESG 평가가 모건스탠리·서스틴베스트 등 투자 내지는 주가형성 관점에서 금융권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점에 문제가 있다”며 “시민사회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ESG 평가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설립 3대 원칙으로 △가치중립적 경제정의 실현 △경제민주화 4.0 시대 선언 △시민사회 ESG 인덱스 발표를 제시했다. 중립적·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야 인사들이 동참하고 있고, 한국투명성기구·민생경제연구소 등 30여개 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상임대표는 “시민사회 관점 최초의 ESG 인덱스로 기업집단 평가 계량화를 시도했다”며 “금융권 투자상품 혹은 대기업 ‘홍보 워싱’으로 전락한 ESG 풍토에 일침을 놓았다”고 설명했다. 시민연대가 발표한 ‘50대 기업 ESG 평가지수’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대기업의 폐쇄적·자의적·일방적 ESG 분석을 넘어서 객관적 시민사회 ESG 평가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대기업의 워싱을 걸러 내면서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평가를 진행했다는 얘기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기존 50개 기업집단에서 72개로 확대해 평가할 계획이다.

L-ESG평가연구원 국회사무처 사단법인 추진

이런 시민사회에서의 ESG 평가 접근이 노동 관점의 ESG(L-ESG)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 상임대표는 “시민사회 ESG 인덱스는 공시자료, 정부보고, 언론보도 등 광범위한 대기업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했다”며 “다수 기업집단에 대한 다면평가라는 데이터 마이닝 작업과 전문가 계량 평가의 고도화 소프트웨어 개발을 모색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광범위한 분야 평가의 ESG 인덱스와 달리 L-ESG는 노동 분야에 집약된 평가 데이터 인덱스, 인사이트 정보가 필요한데 노동 분야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작다는 점에서 어느 항목에 어떻게 방점을 찍고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연대가 ESG 평가 공신력을 위해 30여개 시민단체와 연계한 점에 비춰 L-ESG도 그런 공신력 있는 단체와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매년 지속·정기적으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대로 확산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 상임대표는 “이미 ESG 평가와 관련해 정부와 재계의 담합구조가 형성되고 있어 L-ESG가 이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구조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앞으로 ‘L-ESG’를 본격적으로 연구·평가할 L-ESG평가연구원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L-ESG평가연구원 발기인 총회’를 열고 국회사무처 산하 사단법인 등록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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