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폐기물 수거원·운전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시설환경관리지부 클린에코지회가 2021년 7월28일 연합뉴스TV에 제보한 내용. <연합뉴스TV 보도 갈무리>

면접 과정에서 노조 혐오성 발언을 퍼붓고 이를 녹취해 언론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노조 임원들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징계이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서울 강동구 소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 ‘주식회사 클린에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회사 이사 “X새끼야 그만둬” 노조 혐오

사건은 강동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클린에코가 노조 조합원만 ‘표적 징계’하면서 발단이 됐다. 2020년 6월 생활폐기물 수거원·운전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시설환경관리지부 클린에코지회(지회장 김수은)가 설립했고, 총 17명이 지회에 가입했다.

지회가 만들어진 이후 사측과의 갈등은 깊어졌다. 노사는 2020년 7월 첫 교섭을 진행한 후 그해 12월까지 총 13차례 교섭을 했지만, 단체교섭은 체결되지 못했다. 이듬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도 결렬되자 지회는 찬반투표를 거쳐 그해 2월 3일간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구청이 단체교섭을 중재하기로 하면서 파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사측이 △정년 61세 △하계휴가 3일 △복지지원금 월 20만원 △지회 지휘부 인사 합의 △근로면제시간 연 600시간 등의 지회 요구안을 거부하면서 다시 파업이 시작됐다. 지회는 2021년 7월26일부터 그해 8월6일까지 전면파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임원의 폭언도 드러났다. 이사는 조합원에게 “X새끼야 그만 둬, 이 XX놈아” 등 욕설을 했다. 직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대상자들에게 “(노조) 가운 딱 입고 와서 앉았어. 얼마나 꼴 보기 싫겠어. 아주 그냥 휴대전화로 머리통을 내리찍고 싶더라고” 등의 노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조합원들은 2021년 7월 이러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다.

사측은 이를 빌미로 삼았다. 집중교섭이 시작된 그해 8월1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지회 간부 5명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사측은 △취업면접에서 이사 발언을 몰래 녹음해 제3자 공개(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대화내용 언론에 제공(명예훼손) △인사권 개입 목적의 총파업 실시(업무방해)를 징계사유로 삼았다. 또 조합원들을 업무방해·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오히려 검찰은 징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회사 대표를 기소해 올해 4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됐다. 대표가 불복해 정식 재판 중이다.

법원 “징계 통해 노조 분열 조장할 의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징계와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정했고,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으며 노조 손을 들어줬다. 이사의 면접 발언 녹취를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파악할 수 없고, 언론 제보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것이란 취지다. 재판부는 “제보 내용은 강동구의 청소업무라는 공공영역 업무를 대행하는 원고와 근로자들 사이의 정당하고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에 관한 것으로 공공의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이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총파업 역시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년과 인사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에 대해선 노조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징계처분은 노조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킨 것으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명시했다. 지회 임원만 ‘콕’ 집어 징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징계처분을 통해 조합 탈퇴나 분열을 조장해 지회조합원들에 대한 장악력을 약화시키고자 했던 의도로 보인다”며 “근로자들에 대한 보복이나 추가적 노조활동 봉쇄를 위해 징계가 이뤄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지회를 대리한 김민경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욕설이나 반조합적 발언의 언론 제보를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봐 이를 이유로 한 징계는 부당징계일 뿐 아니라 노조활동 봉쇄를 위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해 노조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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