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경찰관이 범죄자의 폭행으로 어깨에 강한 충격을 입어 탈구 등의 질병을 얻었다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저질환이 있었더라도 업무상 요인에 따라 자연 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질병이 악화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경찰 임용 전 진료 이력에 요양 불승인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허준기 판사)은 20대 경찰공무원 A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인사처가 항소를 포기해 지난달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인천서부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찰인 A씨는 임용된 지 7개월여 만인 2021년 11월 범죄현장에 출동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A씨는 11월12일 새벽 2시30분께 “어떤 남자(B씨)가 난동을 피운다”는 취지의 112 신고를 받고 B씨의 주거지에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동료경찰관을 발로 찼고, 이를 말리던 A씨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이후 A씨는 ‘좌측 어깨관절 방카르트 병변’ 진단을 받았다. ‘방카르트 병변’은 어깨뼈가 관절에서 빠지면서 평소에 빠지지 않게 잡아주는 와순이라는 연골이 파열돼 생기는 병을 말한다. A씨는 병원에 입원해 방카르트 병변 봉합술을 받았다. 이후 인사처에 공무상요양신청을 했으나 ‘개인질환의 자연경과적 악화’라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이 내려졌다. A씨가 경찰 임용 이전에 2차례 어깨 탈구가 있었고 힘줄 손상과 열상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도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하자 A씨는 올해 2월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인사처 판정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원고의 기왕증이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해 상병이 발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상병과 A씨의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법원 감정의 “임용 이후 탈구 치료 없어”

법원 감정의의 소견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는 “20대 젊은 연령에서 최초 외상성 탈구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 대부분은 재발성 탈구로 진행된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연 치유돼 재발성 탈구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이 사건 사고 발생 전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A씨가 왼쪽 견괄절과 관련해 치료받은 사실이 없었다는 점은 이번 사고로 상병의 발병 또는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 또는 촉진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A씨가 경찰 임용 이후 이번 사고가 있기 전까지 어깨 탈구에 관해 치료받은 기록이 없다는 부분을 공무상 재해 인정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법원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현저히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저질환이 업무상 요인에 따라 급격히 악화했을 때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례 태도가 재차 확인됐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업무와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기왕증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기왕증이 자연 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한 경우에는 업무와 부상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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