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임금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직의 처우개선은 ‘적정수수료 체계’ 마련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수료 지급의 구체적 기준을 만들자는 의미다. 근로자성 인정 혹은 최저임금 적용을 중심으로 한 주장은 입법공방으로 이어질 뿐 노사 간 실질적 논의를 이어 나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오후 세종 국책연구단지에서 열린 2023 한국산업노동학회 가을 정기 학술대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학술대회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한국노동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국노총이 공동주최하고 후원했다.

“근로자성 인정·최저임금 적용, 입법공방에 머물러”

박 선임연구위원은 “(비임금 노동자가) 당장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교섭을 가능케 하면서 하층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지위향상을 이뤄야 한다”며 적정수수료 체계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택배산업의 노동수수료에는 어떤 식의 논리와 공식을 가지고 인상시켜 나가야 할지에 관한 메카니즘이 결여돼 있다”며 “택배노동자들의 사회적 시민권을 저하시키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로 노동자들이 과로사한 데에는 (수준이 낮은) 노동수수료 체계가 그 기저에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를 올리기 위한 노사교섭도 쉽지 않다.

택배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직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임을 인정받아 노조를 설립해도,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이 교섭에 나오지 않아 처우개선이 한없이 미뤄진다. 원청 택배사는 대리점과 도급계약을 맺는 자신과 직접 계약관계가 없다며 택배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와 교섭할 의무가 있는지는 법정공방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이 제안한 적정수수료 체계는 실질적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처우개선·임금인상을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다.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수급’ 체계가 확대되고, 고용관계가 불투명한 현 상황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체적 공식으로 ‘적정노동수수료=적정순노동수수료+적정노동력재생산비용(4대 보험, 경조사 및 건강상의 문제시 용차비 등)+부불노동력지출 적정보상분(고객응대·대기시간 등)+적정 대리점 수수료 및 세금-적정노동부대비용(차량보험비·유류비 등)’을 제안했다. 직접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책임지지 않는 비용을 드러내는 것이 골자다.

“보상체계 논의 부족, 사회 양극화 낳아”

박 선임연구위원은 “배송건수나 급지(배송지역의 특성) 등 택배노동자의 노동강도를 고려하면서, 노동부대비용을 줄이고,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보상받는 식으로 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고물가 시대 생활소득이 되도록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논의할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 정책협의회 활용을 제안했다. 그는 “해당 기구는 택배과로사대책 사회적 합의를 제도화하기 위해 설치된 사회적 대화기구”라며 “일종의 위원회로 격상시켜 사회적 대화기구로 (교섭을) 정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볼 때 보상관리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금융·보건·금속 등 산별교섭을 하는 곳들도 보상수준을 맞추는 데 급급해 보상관리체계를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논의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들만의 리그처럼 보상 수준을 맞추다 보니, 사회적 양극화를 불렀다”며 보상관리 체계 마련 필요성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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