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연맹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 자구안 관련 지분매각·인력감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0.6원 인상된다. 가정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한국전력공사 부도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설득하는 대신 눈 가리기에 바빴다. 자구책으로 한전 자회사 지분 매각, 인력 2천명 감축 등을 내놨는데 전력 공공성을 망가뜨리는 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전 부도위기 내몰렸는데 ‘반쪽 인상’

8일 한전이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이 대상이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산업용(갑)은 제외됐다. 산업용(을)은 전체 전력 사용가구의 0.2%에 해당하지만,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48.9%)을 차지한다.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올해 4천억원, 내년 2조8천억원 판매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아울러 △자회사 지분 매각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 △인재개발원 매각 등을 담은 자구책을 발표했다. 한전은 한전KDN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해 보유 지분 100% 중 20%를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다. 인력감축은 운영인력 700명을 추가 감축하고 증원이 필요한 800명을 자체 해소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에 있는 인재개발원도 ‘절박한 심정’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한전 재무 상황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누적 적자 47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부채는 200조원에 달한다. 낮은 전기요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력도매가격이 급등했지만 전력판매가격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해 총괄원가 회수율은 64.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기를 1천원에 사서 642원에 팔아 전기를 팔 때마다 358원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빚내서 빚 갚던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전은 그동안 한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로 적립금이 줄어들면서 한전채 발행 한도를 결정하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가 지난해 말 20조9천억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4조8천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상반기 영업손실 6조1천억원을 반영하면 한전채 발행 잔액이 9월 기준 80조1천억원으로 발행한도액(74조원)을 뛰어넘는다.

전력연맹 “전기요금, 정치로부터 놓아 달라”

이번 요금인상이 한전 재무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1킬로와트시당 25.9원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보고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의 올해 기준연료비 상승분 45.3원에 올해 반영된 19.4원을 뺀 수치다. 한전채 발행 한도 문제를 해소하기에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력노동자들은 한전의 자구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력연맹(위원장 최철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 자구안 관련 지분매각 및 인력감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철호 위원장은 “이번 인상안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한전 자구책은 또다시 적자 책임을 한전과 그룹사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전기요금을 정치로부터 놓아줘야 한다”며 “전력산업에 비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섭 한전KDN 위원장은 “에너지전환 시대 4차산업의 핵심인 전력ICT를 민간에 넘기는 것은 전력 정보시스템의 신뢰성 및 보안성 저해, 정보유출 등 공공성이 약화할 것”이라며 자구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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