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정의단 대표단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정의당>

정의당이 내년 총선에서 진보정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당 일각에서는 탈당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녹색당은 선거연합정당에 긍정적이지만 진보당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보당 “제안 와야 논의”
민주노총 “적극 참여할 계획”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오늘로 저를 비롯한 정의당 대표단을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한 ‘신당추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선을 앞두고 시대 사명을 개척하기 위해 신당을 추진하는 비대위가 나아가도록 뒷받침하자는 당의 요구를 받든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5일 열린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는 혁신재창당 관련 선거연합정당 추진의 건을 75명 가운데 56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하는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녹색당 외에도 진보당,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도 연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른바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으로 불리는 ‘새로운선택’ ‘한국의희망’과는 선을 그었다. 비대위는 19일 꾸려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높은 수준이든 낮은 수준이든, 진보정당들이 합의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함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연합정당 제안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민주노총이 하나의 주체로 참여한다면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지난 9월 대의원대회에서 4개 진보정당과 합의를 통해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후보단일화나 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한다는 총선방침안을 확정했다.

진보당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정혜규 대변인은 “공식적인 제안은 바가 없어 논의한 적이 없다”며 “(공식) 제안이 들어온다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내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
11일 회의 열어 탈당 시기·방법 논의

정의당 내부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전국위를 본 전국위원과 당원들은 무력감을 넘어서 참담하다는 분위기”라며 “10년간 정의당을 만들어오는 과정에서 정파 간 밀어붙이기와 같은 방식은 최대한 절제하고 금기시했던 건데, 이런 게 다시 재현됐다. 비대위에서도 충돌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결정에 반발한 의견그룹의 탈당이 예상된다. 해체 후 재창당을 주장해 왔던 ‘세 번째 권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거연합정당은 운동권만 연합하는 최소연합으로 그동안의 진보와 다른 점이 없다. 이럴 거면 민주노총의 가설정당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며 “실리도 얻을 수 없고, 정치 구도를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세 번째 권력은 “정의당 내 논의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 재편과 신당 추진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권력’ 관계자는 “11일 전체 회원 모임이 열린다. 언제 탈당할지, 한다면 한 번에 나갈지 단계적으로 나갈지, 향후 전국위와 당대회·당원총투표 일정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놓고 논의하게 된다”며 “여기서 의견을 모아 운영진들이 집중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만으로는 안 되지만 정의당 없이도 안 된다’며 여러 진영과의 연합 가능성을 열어 둔 의견 그룹 ‘대안신당 당원모임’도 성명을 내고 “명분도 실리도 없는 선거연합정당 추진은 예정된 실패의 반복일 뿐”이라며 “혁신재창당 방안이라고 제출한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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