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랗게 물든 가을 위로 사람이 조르륵 앉아 일한다. 옛 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붙은 어처구니를 닮았다. 귀신을 쫓기 위해 올린 것이라는데, 이제는 거기 CCTV가 그 비슷한 노릇을 한다. 잘 보이라고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건 여전히 사람 몫이다.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흔히 쓰인다.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상황을 이른다. 국정감사 한창이었던 저기 민의의 전당에서 유독 그런 일이 많았다고 사람들은 혀를 찬다. 가을걷이 하느라 그 앞을 찾아 예산 편성이며 법안 통과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 발언 속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줄줄이 많다. 있어야 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게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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