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김승희 대통령실 전 의전비서관 딸의 학교폭력 문제로 또 윤석열 정부 인사가 말썽이다. 대통령실은 의혹 7시간 만에 김 전 비서관을 경질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 와중에 김 전 비서관 딸이 지난 7월 사건 이전인 올 1학기 초에 또다른 피해 학생에도 폭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지난 23일자 여러 신문에 나왔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발 보도였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크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지면에 싣지도 않았다. 그러나 같은 보수신문인 중앙과 동아일보는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3일자 사설에 “딸 학폭으로 사퇴한 의전비서관… 외압 의혹 확인해야”라는 제목으로 “김 전 비서관 부인이 SNS 프로필 사진을 남편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장면으로 교체했다.(중략) 학교에 위세를 과시해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피해 학생 가족들 말을 언급하면서 “프로필 사진 교체가 사실이라면 공직자 가족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앙일보는 김 전 비서관을 소개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다. 이벤트 기획·진행 대행업체를 운영하다가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홍보기획단정으로 합류했다”며 그의 과거사까지 짚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6면에 “김승희 딸, 7월전에도 다른 학생이 학폭 신고… 학폭위 안 열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썼다. 대통령실은 동아일보에 “가장 강력한 신분조치가 즉시 이뤄졌다”며 은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문제 인물 경질은 꼬리 자르기의 전형이다. 제대로 된 처벌은 즉각 직위해제하고 진상조사 후 그에 따라 징계하는 거다. 경질은 너무 쉽다.

윤석열 정부는 왜 동아·중앙일보조차 이 사건을 크게 보도하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 10면에 이를 보도하면서 “두 달이나 지나서 학폭위가 열렸고, 그 결과도 겨우 반 교체”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교사들은 이 기사에서 “초등학교 3학년이 친구에게 전치 9주의 상처를 입힌 건 중대한 학폭인데도 처분이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사건의 주무관청인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가해 학생이 초등 저학년이기 때문에 가급적 교육적 해결을 해야 되는 책무도 있다”고 김 전 비서관 딸을 엄호했다.

요즘 한창 ‘감사원 정치’의 중심에 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기행도 화제다. 그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혐의로 공수처 소환 통보를 두 차례나 받고도 불응했다. ‘법대로’를 강조하던 그는 개인의 불출석 사유서를 감사원 법무담당관에게 시켰다. 한겨레는 지난 23일 8면에 유병호 사무총장이 개인 형사사건에 직원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은 대통령이 임명한 장차관과 비서진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른다. 다만 인사의 흐름을 갖고 판단할 뿐이다. 윤 대통령 인사는 망사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헌재 소장 후보로 지명했다. 우리는 남 얘기를 지지리도 안 듣는 대통령을 만났다. 아마 대통령은 자기 주변에 쓸만한 사람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줄도 모르나 보다. 그러니 모든 인사에 지인 찬스만 쓴다.

지난 17일 한국일보 3면에 가로로 길게 실린 사진기사 한 장이 현 정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통령실 분수정원 야외 회의’란 사진기사 제목에, 바이라인은 ‘대통령실 제공’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비서진과 얘기 나누며 소통한다고 알리고 싶었지만, 이 사진은 실패작이다. 사진엔 대통령이 10명의 비서진과 앉았는데 이들 중 입 연 사람은 대통령 딱 한 명이다. 대통령 빼고 모두 굳게 입 다물고 듣기만 한다. 아예 먼 산을 보는 이도 있다. 표정은 하나 같이 찌푸린 채.

대통령실
대통령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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