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재정 안정’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시민사회에서 ‘노후소득 보장’을 강조하는 취지의 대안을 내놨다.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일시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리고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참여연대 등 3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국민연금 대안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 ‘반쪽 개혁’ 반발로 출발한 대안

이번 대안보고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반쪽’ 보고서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했다. 재정계산위는 지난 19일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시나리오 24가지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2055년 기금 고갈을 예상한 5차 재정추계를 기초로 한 탓에 재정 안정에 무게가 실렸다.

재정계산위는 지난달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배제한 보고서로 공청회를 열었다가 반쪽 개혁이란 질타를 받았다. 최종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 45·50% 인상안이 포함됐다. 재정계산위에서 활동한 남찬섭(동아대)·주은선(경기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공청회 전날 위원직을 사퇴했다. 대안보고서는 두 위원을 중심으로 작성됐다.

“노후 최소생활비 75% 이상 보장해야”

연금행동은 법적 소득대체율을 2025년 일시에 50%로 올려 최소한 노후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 최소생활비의 75% 이상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다.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계산법에 따라 최대 가입기간을 38년으로 가정해도 소득대체율은 31.2%다. OECD 평균 42.2%의 74%에 불과하다. 실 가입기간이 20년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낮아진다.

현행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 노후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2050~2060년 연금을 받을 1985~1995년생 실 가입기간 24~26년을 기준으로 연금 급여를 계산하면 2021년 기준 월 66만여원이 나온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추정한 같은해 노후최소생활비 월 124만원여원의 53%에 불과하다. 평균 기초연금을 합해도 노후최소생활비의 75%에 그친다.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 50%인 국민연금에 기초연금 등을 더해 노후최소생활비를 100% 이상 보장해야 한다”며 “OECD 기준 평균임금가입자 소득대체율도 39.1%로 OECD 평균값에 근접한다”고 내다봤다.

“‘기금 소진=연금 미지급’ 신화 깨야”

재정 확보가 문제다. 연금행동은 ‘기금 소진=연금 미지급’이란 신화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연금기금은 GDP 대비 비율 기준 45.1%(2020년)로 세계 1위다. 우리나라처럼 공적연기금을 대규모로 가진 나라는 10여개에 불과하다. 남찬섭 교수는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원금에 이자를 붙여 받는 게 아니라 매 시기 생산세대가 퇴직세대에게 실물 재화를 보전해 주는 것”이라며 “기금이 없다고 연금이 작동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짚었다.

너무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을 섣불리 확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정계산위는 70년 후까지 국민연금 고갈을 막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연금행동은 “재정추계는 불확실성이 큰 70년 후에 대해 비현실적 가정을 사용하고 있다”며 “하나의 참고자료로 써야지 미래를 확정적으로 증명한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금 고갈 공포로 제도 신뢰가 떨어지고 정책적 노력의 가능성이 저하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기금 확보가 장기적 생산성에 좋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주은선 교수는 “65세 이상에게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 소비를 촉진한다면 내수를 보장해 한국 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고 지원 확대 등 재원 다양화 필요”

연금행동은 점진적으로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초장기보단 중장기적 접근법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인상해 2030년 12%에 도달한다는 게 단기적 목표다. 2031년부터 13%로 인상을 추진하고 선행 조치 등을 고려해 2053년까지 보험료를 추가 인상한다. 연금행동 추계에 따르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61년으로 오히려 늦어진다.

남 교수는 “2030년까지 연금행동 추계와 5차 재정추계 사이에 차이가 없다. 소득대체율을 일시적으로 올려도 점진적 효과가 나타난다”며 “(소득대체율 50%가) 절대 금액으로 보면 커 보이지만 GDP 대비로 보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정 원천의 다양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적연금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차원에서 국고지원을 확대하거나 노사의 보험료 분담비율 변화를 추진해 국가·개인·기업이 공평한 연금재정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복지부는 27일 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한다. 총선을 앞두고 구체적인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안 없이 구조개혁 방향성만 담은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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