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의학적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재를 승인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기존 태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23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산재 지연 승인으로 재해자가 겪는 고통을 알리며 근로복지공단과 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을 질타했다.

“국민세금으로 항소, 배임 행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 33살의 나이에 파킨슨병 판정을 받은 재해자 A씨의 산재 지연 사례를 지적했다. A씨는 2017년 파킨슨병 판정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2019년 산재 불승인 판정을 했다. A씨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행정법원에서 승소했지만 공단은 항소했다.

이수진 의원은 “현재 당사자는 파킨슨병으로 몸이 굳어져 가는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소송의 늪으로 빠져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의 소송 지휘를 따른 점도 꼬집었다. 이 의원은 “행정법원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산재를 인정하자 근로복지공단도 법무부에 항소포기 의견을 보냈다”며 “그런데 법무부가 의학적 인과관계 불명확, 판례 미축적을 이유로 항소를 지휘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런 어이없는 소송에 국민 세금으로 소송대리비를 사용하는 건 배임”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는 첨단산업 노동자의 희귀질환과 업무 사이에 의학적 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타당해 보이면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재 피해자가 의사인가? 어떻게 입증하나”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를 지적했다.

지 의원은 “오랜 기간 3D프린터를 사용한 과학고 교사 4명이 육종암에 걸리고, 1명은 사망했다. 3명은 급성유방암과 자율신경계 이상 질병에 걸려 인사혁신처에 공무상재해 신청을 했는데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며 “안전보건공단이 과학적으로 연구결과가 부족하고, 케이스가 적어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 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지 의원은 “현재 직업성 암은 상당인관관계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며 “의사·과학자를 모아 연구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일을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 이게(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안전보건공단·근로복지공단·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힘을 보탰다.

역학조사 장기화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해 온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산재인정 지연의) 근본적 원인은 대법원이 규범적 인과관계를 설시했지만 공단이 질병판정위원회를 의학적 판단 중심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12일 환노위 여야는 이번 국감이 종료된 뒤 산재처리 지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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