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가 이은주 정의당의원과 함께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산재처리 지연 근로복지공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배전노동자들이 활선작업을 하며 전자파에 노출돼 각종 직업성 암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근로복지공단 산재처리 지연으로 이들이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배전노동자의 갑상선암이 처음으로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지만 공단 항소로 법정 다툼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건설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법원에서 배전노동자의 직업성 암을 업무상질병으로 승인했다”며 “이를 부인하려면 직업성 암과 전자파(극저주파 자기장) 간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공단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은 배전전기원 A씨가 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배전원으로 일하며 활선작업을 했다. 2015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2020년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불승인 결정이 나왔다. A씨는 공단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활선작업과 갑상선암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공단이 자기장 노출과 갑상선암 발생과의 인과성 연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다음달 10일께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단의 이같은 태도는 배전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건설노조에 따르면 해당 판결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4개월간 노조에 접수된 배전노동자 혈액암·위암·후두암·피부암 등 직업성 암 의심 사례만 12건(사망자 1명 포함)인데 이들 모두 산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들이 갑상선암 선례를 보고 산재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부암 진단을 받은 노동자 2명의 경우 각각 2019년과 2020년 산재신청을 했는데 지금까지 산재승인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용철 노조 광주전남전기지부장은 “2017년 직접활선은 폐지됐지만 배전노동자들은 20년간 직접활선공법으로 누적된 전자파 노출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2만2천900볼트 활선상태의 전기를 만지며 오직 국민 생활과 산업활동에 필수인 전기를 목숨 걸고 유지·보수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직업성 질환으로 고통받지 않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정망 속에서 치료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의원은 “직업성 암 업무관련성 평가 핵심인 역학조사 평균 소요기간은 현재 550일에 달한다”며 “직업성 암은 엄연한 산재이고, 피해 보상부터 치료와 회복까지 산재보험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늘어나는 직업성 암에 대한 재해보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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