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형철 공공운수노조 동산의료원분회장

원래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다 정규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핵심업무, 비핵심업무로 나뉘며 계층화됐다. 병원의 모든 업무는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병원업무 외주화와 비정규직화가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확인했다.

메르스 두 달 동안 전국 병원노동자 중 18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38명이 사망했다. 격리된 노동자만 1만6천693명이었다. 당시 비정규 노동자들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데도 마스크 한 장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예방교육 또한 받지 못했다. 실제로 비정규직 보안요원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또 메르스 슈퍼전파자였던 비정규직 이송 노동자는 해고가 두려워 증상을 숨겼고, 메르스 확산에 기여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아프면 쉬기’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하지만 ‘아프면 쉬기’는 유급병가제도가 없는 비정규 노동자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아파도 일해야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에게는 정규직에게 지급되고 남은 보호구, 마스크만 지급됐다. 비정규직은 감염 위험에도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며 대면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이렇듯 병원의 비정규직 고용이 가지는 위험성이 재난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밝혀졌는데도 현재 대구지역에서 한 의료원의 비정규직 비율이 한없이 치솟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대구지역의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3차 종합병원 중 하나인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현재 동산의료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악용해 병원의 상시·지속업무에 비정규직을 대거 투입했다. 1년10개월이라는 편법적 계약으로 정규직화를 막고, 계약해지를 반복해 왔다.

올해 8월17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조사에서 지난 3년간 동산의료원 평균 비정규직 비율은 23.6%임이 밝혀졌다. 심지어 간호사를 제외한 비간호직 전체의 비정규직 비율은 40%를 넘는다. 조사시점에 동산의료원 소속 3개 병원의 총 직원은 3천47명으로 동산의료원의 전체 비정규직은 720명에 달한다. 병원별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대구동산 보건직은 51.1%, 성서동산은 38.9%로 매우 심각하다. 보건직과 약무직 등은 상시·지속업무에 속하고 환자를 직접 돌보거나 이송하고, 병원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환자의 생명과 연결된 직종이다.

병원의 목적과 역할은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모두 같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모두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결국 병원사업장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직접적으로 환자의 생명이 오고 가는 병원사업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토록 압도적으로 많은 동산의료원의 비정규직 고용은 대구지역 보건의료의 심각한 문제다.

한편 비정규직 병원노동자들은 근속기간이 2년 미만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업무를 숙지해야 하고, 더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의료기술직·보건직 같은 경우 훈련이 3~4개월 걸리기 때문에 훈련을 감독해야 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업무가 가중된다. 그 결과 정규직 노동자들도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또한 환자들은 미숙련 노동자에게 치료를 받는 것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심리상태는 매우 불안해지며, 이는 병원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된다.

안전한 병원, 의료공공성 강화는 병원의 안정된 인력확보에서부터 만들어진다. 병원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곧 지역환자의 안전과 지역의 보건과 직결된다. 동산의료원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숙련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산의료원은 무책임한 비정규직 고용을 멈추고, 환자와 병원의 미래를 위해 ‘비정규직 제로’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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