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산재 사망노동자의 유족이 받는 유족급여 중 유족보상연금의 가장 높은 순위는 ‘배우자’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급심은 자녀와 배우자 모두 유족보상연금을 같은 순위라고 판단해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유족은 재판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명문의 규정을 잘못 해석한 탓에 대법원까지 가야 했다.

산재보험법(63조3항)은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순위를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및 형제자매 순서로 정하고 있다. 만약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가 자격을 잃으면 연금을 받을 권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이전된다.

골프장 보수작업 추락사, 유족 손배소 제기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망한 건설노동자 A(사망 당시 51세)씨의 아내·어머니·자녀 2명이 서울 도봉구 소재 건설회사 H사 대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산)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은 A씨가 2021년 1월 남양주시에 있는 골프장 외부 골프망을 보수하던 중 약 10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안전모와 안전대 없이 작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 B씨는 현장에 없었고 추락방호망도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자 고인의 공동상속인인 아내·자녀 2명과 어머니는 같은해 4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며 유족 손을 일부 들어줬다. 다만 과거 안전장비 미착용으로 추락사고가 났는데도 A씨가 다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책임도 있다며 B씨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쟁점은 위자료와 상속금액 배분 문제였다. 1심 재판부는 고인에게 4천만원, 아내에게 1천만원, 어머니와 자녀에게 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가 잃은 장래의 소득인 ‘일실수입’에 대해선 정년인 65세까지를 토대로 월 349만원으로 계산했다. 정년인 2035년까지 일실수입은 총 2억9천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 상속금액은 아내가 1천700여만원, 자녀 2명은 각 6천100여만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손해배상액을 고인의 아내와 자녀에게 각각 부여했다. ‘유족보상일시금’ 역시 이에 따라 동등하게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원심, 수급권자 범위 법리 오해”

유족은 상고했고 대법원은 원심의 치명적인 ‘오류’를 지적했다. 원심이 아내와 자녀들의 수급권을 ‘같은 순위’로 본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순위가 가장 높은 사람만이 공단으로부터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며 “망인의 배우자만이 수급권자에 해당하고, 자녀들은 자격 구비 여부에 따라 수급자격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을 뿐 수급권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유족보상일시금 환산액도 차등해서 지급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은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된다”며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인 아내가 받은 유족보상일시금 환산액은 아내가 상속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만 공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급권자가 아닌 원고들은 각자 상속받은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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