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아이들에게 힐리스(바퀴달린 신발)인지 뭔지를 집에 가면 사 주겠다고 크레인에 올라온 지 며칠 안 돼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조차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2003년 10월17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이던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이러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사측은 한진중공업 노조 파업 이후 조합원 180명에게 150억원대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하겠다고 압박했다. 김씨를 포함한 노조간부 7명은 집까지 가압류를 당했다. 고 김주익씨는 유서에서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배·가압류에 고소·고발로 구속에 해고까지. 노조를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바꿔 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익씨가 손배·가압류 문제를 제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무분별한 손배소송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 미뤄지며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완화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2·제3의 김주익’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고 김주익 지회장 입사 동료인 박성호씨는 “더 이상 김주익 동지와 같은 노동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20년 전 한진중공업은 김주익 집행부에게 7억4천만원의 손배 소송을 했는데, 7억4천만원이라는 금액을 노동자들이 갚을 수 없다는 사실을 국회의원들도 알고 있지 않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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