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대병원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 1천여명은 지난 1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날 파업을 시작한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13일 병원측과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뒤 업무에 복귀했다. 경북대병원 노사가 공공의료수당 신설 포함 총액 대비 1.7% 인상에 합의한 가운데 비슷한 쟁점이 있는 서울대병원 노사협상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공의료수당 신설은 거부하고
의사 진료수당 인상만 추진하나”

15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 따르면 경북대병원 노사가 잠정합의했지만 서울대병원 노사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지부 관계자는 “주말 동안(14~15일) 실무교섭을 이어 오고 있지만 병원측이 노조가 수용할 만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질임금 인상과 의사 성과급제 폐지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국립대병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총정원제에 묶여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에 제한을 받는다. 올해 임금인상률 상한선은 1.7%다. 지난 3년간 국립대병원 평균 임금인상률이 1.4%에 불과해 실질임금이 삭감됐다는 게 본부의 주장이다. 서울대병원분회는 1.7% 인상과 별도로 공공의료수당을 신설해 일시금이 아닌 정기 수당 형태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공공의료수당(2만원)을 신설했지만 해당 수당은 ‘총액 1.7% 인상’ 안에 포함된다.

의사 성과급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분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023년 의사직 ‘진료기여수당’ 명목의 성과급으로 43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자료(분원 제외)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7월) 의사 1명당 진료기여수당으로 평균 3천376만원을 받았다. 진료기여수당은 환자수, 검사수, 수술 건수에 따라 지급되는 수당이다. 분회가 공개한 서울대병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의사 469명을 대상으로 진료수당도 100억원 추가 지출(2022년 약 170억원→2023년 약 271억원)을 결정했다. 분회는 병원측이 직원 임금인상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1.7%’ 이상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사 임금은 적극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진료기여수당 등이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의료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자들의 만족도는 하락세다. 서동용 의원이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서울대병원 환자경험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의 진료부문 전반적 경험 만족도는 2019년 89.3점에서 2022년 83.4점으로 하락했다. 지인에게 병원을 추천할 의향을 나타내는 지수인 NPS는 같은 기간 87.9점에서 57.3점으로 떨어졌다. 환자경험조사 중 진료시간 할애의 경우 2019년 75.4점에서 2022년 45점으로 하락했는데, 서울대병원 17개 진료과 의사의 진료시간을 확인한 결과 올해 기준 평균 5분36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충원·어린이병원 병상수 축소도 쟁점

분회는 인력충원과 어린이병원 병상 축소 금지도 요구하고 있다. 분회는 서울대병원 64명, 보라매병원 53명 총 117명 인력충원과 직종·부서별 결원에 따른 대체인력 660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어린이병원 리모델링 계획안에 150평 중 3층 전체(134평)를 교수휴게실로 만들고 어린이병원 병상 14개를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서도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인력충원과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내걸고 파업을 했다. 당시 분회는 11월10일(1차 파업), 23일~25일(2차 파업) 끝에 11월25일 밤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분회는 인력충원 같은 지난해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 파업을 시작했다.

경북대병원분회는 13일 병원측과 합의안을 마련해 사흘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합의안은 간호사 70명 충원, 공공의료수당 신설 포함 총액 1.7% 인상과 코로나 지원금 1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다. 교대제 개선을 위해 월 야간근무 7개부터 수면휴가 하루씩 부여,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노사 동수 준법의료위원회 설치 등에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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