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희 기자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교사 집회가 4주 만에 재개됐다. 국회 앞에 모인 교사들은 교권 4법이 통과됐지만 현장이 바뀌지 않았다며 아동복지법 개정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아냐”
“아동복지법에 단서 조항 넣어야”

3만여명의 교사들은 14일 오후 국회 앞에서 10차 전국교사대회를 열었다.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스스로를 ‘검은 바다 속 점’으로 칭하며 “학교를 학교답게 교육을 교육답게”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이른바 ‘교권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면서 잠시 중단됐던 교사 집회는 이날부터 재개됐다. 교권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을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이다.

교사들은 다음 과제로 아동복지법 개정을 꼽았다. 교권보호 4법은 교사의 생활지도·교육활동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담겼다.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직위해제를 금지한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내용도 포함한다.

그런데 ‘정당한 생활지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현장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아동복지법 조항에서 ‘정서적 학대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도 교사들은 문제라고 본다. 아동복지법 17조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자가 교사의 생활지도가 정당하지 않고 이를 통해 아동이 학대받았다고 주장하면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행위가 아니’라는 단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 변호를 맡은 전현민 변호사(JS법률사무소)는 “아동복지법 개정 주장은 교사에게 특권을 부여하자는 게 아니다”며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무분별한 고소가 가능하면 교육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 조항을 악용하는 학부모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소희 기자
▲ 정소희 기자

“늘봄정책이야말로 정서적 아동학대”

교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늘봄교실과 유보통합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현장의견 무시하는 유보통합 중단”과 “아동권리 침해하는 늘봄정책 폐기”를 구호로 외쳤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뿐 아니라 최근 알려진 경기 의정부 호원초 교사 사망 등 연이은 교사 사망의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남의 22년 차 초등교사 A씨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추진하는 늘봄정책이야말로 정서적 아동학대와 다를 바 없다”며 “아이들에게 늘봄은 ‘우리 부모를 늘 못 봄’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금 낭비”라고 주장했다.

교권 보호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지금 공교육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 천왕초의 정용주 교장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불안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현실이 너무 아프고 죄송스럽다”며 “공교육과 학교 교육이 근본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 나가기 위해 교육개혁안 특별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성민원으로 목숨을 끊은 의정부 호원초 교사들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호원초 고 이영승 교사와 고 김은지 교사의 유족 변호인인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두 교사의 안타까운 선택이 순직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붕괴되는 교실과 반복되는 악성민원 속 개인적인 나약함으로 이들의 죽음이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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