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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의 지속적인 직장내 괴롭힘으로 입사 1년 만에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카지노딜러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단독(정성화 판사)은 카지노딜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승소가 확정됐다.

휴직 반복·심리상담, 공단은 “개인적 소인”
주치의·감정의 “불합리한 사내 문화 원인”

A씨는 2018년 10월 그랜드코리아레저 부산롯데점에 입사해 카지노딜러로 근무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렸다. 동료들은 A씨에게 ‘쉬고잽이(쉬고 싶어 하는 사람)’라는 별명을 붙였다. 선배들은 휴게실에서 화장을 고치거나 음식을 먹는 것을 통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방에서 집단으로 비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회식 참석을 강요하고 탬버린으로 장기자랑을 시키기도 했다.

계속된 괴롭힘에 A씨는 허리 통증이 왔다. 불면증이나 불안 증세도 동반됐다. 신경뿌리증을 동반한 요추장애를 진단받아 2019년 11월부터 약 한 달간 병가휴직을 냈다. 이후 적응장애로 진단되자 이듬해 1월부터 석 달 가까이 유급휴직하고, 다시 그해 말 9개월간 휴직했다. 이 기간 총 12회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단은 “일부 주관적인 스트레스 상황이 인지되고, 사내 심의와 고용노동청 조사에서도 입증할 만한 위법 상황이 없었다”며 업무와 적응장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엄격한 위계가 형성돼 후배 기수를 선배 기수가 통제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있어 업무상 재해라는 소수의견은 배척됐다. 공단 자문의도 수차례 정신과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어 적응장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A씨 주치의 소견은 달랐다. 주치의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5개월 이상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 감정의 역시 직장내 괴롭힘이 적응장애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대학 시절 엄격한 선후배 문화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있을 수 있지만, 불합리한 사내 문화가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감정의는 “원고는 직장 상사나 선배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사내 조사·노동청 ‘외면’ 뒤집고 청구 인용
법원 “진료기록 있더라도 직장 문화가 작용”

법원도 감정의 소견을 참고해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정 판사는 “법원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은 객관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법원 명령에 의한 감정결과로서 과정 및 결과에 있어 특별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엿보이지 않아 결과를 존중함이 상당하다”며 “원고는 소위 직장내 괴롭힘을 겪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내용과 횟수에 비춰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과거 3개월간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고 갈등상황 대처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부적절한 직장 문화가 적응장애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A씨가 받은 직장내 괴롭힘은 따돌림과 폭언 등으로 다양한데도 노동청에서 ‘증거부족’을 이유로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소송에서 괴롭힘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진료기록 감정에서 괴롭힘이 실제 있었던 사실로 인정하는 회신을 받아 업무상 재해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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