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노조회계 공시와 조합비 세액공제를 연계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도 1일 문을 열었다.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들이 회계공시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양대 노총의 결정이 주목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월1일부터 노동행정종합정보망인 노동포털 내에 마련된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이 개통됐다”며 공시 참여를 독려했다. 공시를 희망하는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나 산하조직은 11월30일까지 2022년 결산결과를 등록하면 된다.

소득세법 시행령이 노조의 회계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회계공시를 하지 않은 노조는 조합비 세액공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강제하고 있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특히 총연합단체·연합단체·산별노조 등 상급단체가 회계공시에 참여하지 않으면 산하·가맹 조직은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국 1천명 이상 노조·산하조직은 모두 673개로, 이 중 양대 노총, 그 가맹·산하조직이 552개로 82%를 차지한다.

정부는 1천명 미만 단위 노조나 산하조직은 공시하지 않아도 조합비 세액공제를 한다는 입장인데, 상급단체가 있는 경우 상급단체가 회계공시해야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양대 노총이 회계를 공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양대 노총 가맹·산하 조직들은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양대 노총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이날 이정식 장관은 “그간 현장의 많은 노동조합 관계자와 조합원들이 하신 말씀이 있다”며 “단위노동조합이 아무리 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 회계를 공시해도 총연합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결국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므로 총연합단체가 공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 노총의 회계공시 거부가 조합원 피해로 이어지면 노조 내부 갈등이 발생하거나 구심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대 노총은 정부의 노조회계 공시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한 모습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의 회계공시 관련 일련의 조치들이 조세법률주의와 평등주의, 과세요건 명확주의 등에 위배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관련해서 헌법소원등을 통해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다만 법률 대응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반해 조합원들의 피해는 올해 연말부터 당장 진행되기 때문에 총연맹이 이번 회계공시에 응할지 여부는 내부적으로 더 신중히 검토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비열한 노조 때리기 공세에 대해 맞서 사안에 대한 조합원 개개인의 다양하고 소중한 의견을 듣고 일치성을 높이기 위한 토론을 시작했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공세를 취하는 자본가 정부에 맞선 전 조합원의 총의를 모아 가장 민주노총다운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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