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재해·참사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피해발생시 진상을 규명할 독립 조사기구 설치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하는 생명안전기본법 국민동의청원이 가까스로 국회로 넘어갔다. 국민동의청원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부터 생명안전기본법까지 최근 노동·시민사회의 입법 통로로 활용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5만명의 동의를 받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등 극복할 지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동의청원은 국회법과 청원법에 따라 시민이 국회에 직접 입법 또는 피해구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2020년 1월 20대 국회가 도입했다. 시민 누구나 청원을 등록하고, 30일 이내 100명 찬성을 얻으면 국회가 청원요건을 7일 이내 검토해 온라인 청원을 공개하고, 공개로부터 30일 이내 5만명 동의가 이뤄지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관련 위원회에 회부, 안건으로 심사하는 제도다.

시민과 유리된 의원만의 입법 관행 보완

노동계가 이 제도를 주목한 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국면에서다. 2020년 8월2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동의청원이 공개됐고, 한 달여가 지난 9월22일 회부 요건인 동의수 10만명(현재 5만명으로 개정)을 채웠다.

당시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 자체가 노동운동이어야 한다는 의도로 국민동의청원을 활용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법률 제정의 종착점은 항상 국회의원으로, 시민과 유리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적용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만드는 과정에 노동자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이후 적용 과정에서도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운동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시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관심을 지속하기 위해 국민동의청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이런 의도는 지속했다.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국민동의청원은 지난해 11월1일 공개된 뒤 일주일만인 같은달 8일 동의수 5만명을 채웠다. 지난해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파업으로 노란봉투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가능했다.

“운동으로 시작한 청원, 동원 성격 보인 것 고민”

그러나 이후 올해 4월24일 제기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와 단체협약의 효력확장을 뼈대로 하는 노조법 개정안 국민동의청원과 이번 생명안전기본법 국민동의청원은 동의수를 끌어올리는 데 난항을 겪었다. 기업별 노사관계에 익숙한 국내 정서상 단체협약 효력확장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낮았던 것과 달리 대구지하철참사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올해 여름 오송지하차도 참사 같은 사고가 반복하고 있는데도 생명안전기본법 국민동의청원 성사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권 처장은 “단체협약 효력확장을 뼈대로 한 노조법 개정과 생명안전기본법은 당위적으로 옳더라도 사회적인 인식 저변이 높지 못해 동의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본다”면서도 “운동으로 시작한 국민동의청원이 동원의 성격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고민이 든다”고 털어놨다.

국민동의청원 성사 이후도 문제다. 각 소관상임위로 회부된 뒤 논의가 없이 잠들거나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한 원안을 훼손하는 수준의 의원안 논의로 ‘누더기’로 전락하는 일도 반복하기 때문이다. 권 처장은 “사회적 논의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실제 법안 심사에서는 원안 수준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진의가 훼손된 의원안이나 대안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점은 반성이 필요하다”며 “5만명 넘는 시민의 요구에 국회가 더 진솔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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