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저출생·고령화·저성장은 당면한 위기다. 2년여 뒤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술발전과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는 점점 예측하기 힘들다. 노사갈등 요소가 늘어 가는 상황이다.

김대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59·사진)은 “노사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적 관계로 나아간다면, 근로환경, 임금 등 여러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 수 있다”며 노사 자치·협력을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중장년의 숙련 활용,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필요성을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실에서 김 사무총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 등을 역임한 김 사무총장은 올해 3월 취임했다. 노사발전재단은 2006년 노사정위원회 합의로 2007년 4월 출범했다. 2011년 3월 세 개 기관이(국제노동협력원·노사공동전직지원센터·노사발전재단)이 통합됐다.

- 노사발전재단을 소개해 달라.
“재단은 세계 금융위기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가 어려워지자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 재단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국노총이 제안했고 한국경총의 동의, 정부의 공감으로 2007년 설립됐다. 2011년 제정된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에 재단이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을 구체화했다.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 지원, 노사상생협력교육,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 비정규직 차별 개선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 재단이 수행하는 사업 중 재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업 하나를 꼽는다면.
“정체성은 시대의 산물이다. 설립 초기 정체성이 있는가 하면 2023년의 정체성은 다르지 않을까. 2007년 설립됐을 당시만 해도 노사정 3사가 공감해 상생의 노사협력을 구축하는 사업을 하자고 했다. 재단 초기부터 노사파트너십프로그램이 노사상생 구축의 제일 중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2011년 국제노동협력원, 중장년(노사공동)전직지원센터, 노사발전재단 등 3개 기관이 통합되면서 일터혁신 사업과 중장년 재취업 사업이 정체성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중 중장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중장년취업지원 사업이 중요해 보인다.
“통계청은 2030년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 중장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숙련된 중장년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제일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재단은 전국에 13개 중장년내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이분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생애경력프로그램 설계부터, 재취업 지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 같은 경우는 해운사업을 특화사업으로 정하고 지난 8월 일자리 박람회를 통해 중장년 100여명을 (해운업에) 선원 등으로 취업시켰다.”

재단은 올해 초 기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명칭을 ‘중장년이 내일(Tomorrow)를 설계하고, 내 일(My Job)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을 의미하는 ‘중장년내일센터’로 변경했다.

- 정부가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구직자나 실직자 입장에서 사업 내용을 이해하기도, 사업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다. 보다 쉽게 사업을 설명한다면.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은 일자리는 가지고 있는데 이후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향후 어떤 경로를 따라갈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그동안의 경력, 희망사항를 다 종합해서 향후 어떤 경로로 갔으면 좋겠다고 설계하고, 곧 퇴직하는 분들에게는 기업들과 매칭 서비스도 한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근로자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근로자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근로자가 그동안 몸담고 있던 기업도 근로자의 퇴직 이후를 걱정해 줘야 한다. 국가의 역할도 당연하다.”

- 내년 예산안을 보면 일터혁신 컨설팅 예산은 늘었지만, 노사협력을 장려하는 노사 파트너십 프로그램 예산이 ‘0’원이 됐다.
“노사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민간경상보조사업이다. 일터혁신 컨설팅과는 다르게 사업장이 간담회나 워크숍 등 사업장에 필요한 노사상생문화 구축 활동을 한 뒤 결과만 보고 하고 정산받는 시스템이다. 노사문화는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는 시선에서는 노사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만, 돈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이걸 그렇게 허술하게 집행할 수 있냐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 시각이 있는 것이다.

재단이 사업을 못하게 되면서 상당히 아쉬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있어 이 사업을 이용하려 했던 분들도 아쉬울 수 있다. 일터혁신 컨설팅 예산은 증액이 됐으니 기존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이용하고자 한 기업이 있다면 일터혁신 컨설팅 중 노사파트너십 영역을 신청하면 될 것 같다.”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은 통상 1년에 100여개 사업장이 지원한다. 노사합의가 기본 신청조건으로 사업장에서도 일부 비용을 부담한다.

- 고용상 차별을 사전 예방하는 차별없는 일터지원단 예산 등 차별 개선을 위한 사업 예산도 삭감됐다.
“예산은 줄었지만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기존에 했던 사업장 개소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차별없는일터개선단이 차별 개선 전문이고 그동안에 차별 개선 지원을 해 오면서 쌓아 온 노하우, 우수사례들이 있다. 이것을 간접적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근로에 대한 임금 차별 부분은 차별성 판단이 어렵지만 근로와 무관하게 복지 성격이 강한 부분은 그 사업장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혜택을 받아야 한다. 이런 부분을 정리해서 사업주가 무엇을 얼마나 차별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든지,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을 고려하려 한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재단의 근거법이기도 한 노사관계발전법에서도 드러나듯 재단의 핵심 키워드는 ‘노사 자치·노사협력’이다. 재단 설립 후 재단이 목표한 ‘노사 자치·협력’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는가.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별 사업장 현안은 노사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추진해 왔다.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이든지 일터혁신 컨설팅이든지, 차별없는일터지원단(차일단)도 재단이 개선을 권고하면 사업장이 이를 이행해야 한다. 이행률이 꽤 높다.

기간제·파견 근로자는 법적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차별시정 신청을 노동위원회에 할 수 있지만 건수가 많지는 않다. 그것과 비교할 때 차별없는 일터지원단은 올해 350곳 사업장에 서비스를 지원했다.”

- 노사 자치·협력이 왜 중요하다고 보나
“노사 문제는 현장의 문제다. 현장은 노사 서로가 가장 잘 안다. 노사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하에 서로 도와 가며 경쟁력을 높여 가는 것이 상생이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고용창출뿐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노사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적 관계로 나아간다면, 근로환경, 임금 등 여러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 나갈 수 있다.

지금은 저출산·고령화로 급속도로 진입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일하는 방식, 일하는 시간, 일하는 장소가 변하는 다양한 유형의 노사관계가 생성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협력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층 노사자치와 협력이 중요시 돼 가는 시점이다.

노사가 법치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자율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본다.”

- 국제노동협력사업 예산 전액삭감은 노사 중 어느 한쪽의 뿌리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2011년 국제노동협력원이 재단으로 합쳐지면서 동남아 개발도상국 노사와 교류, 현지 국내 기업 지원, 한국에 있는 외국인투자기업들에 대한 노무관리 지원,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각종 자료 발간, 세미나 사업을 재단 사업지원예산으로 해 왔다.

현재 우리 사업 예산으로 편성은 안 돼 있지만,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노동부쪽에 이야기를 해 (25개국에 대한) 노무관리 지원 안내서라든지 이런 사업은 재단에 위탁을 주는 방식 등 협의 절차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노동부에서 위탁받아 수행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향후 대폭 확대하라하고 지시했기 때문에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몽골·키르키스스탄·라오스·케냐 등 오디에이 사업 관련한 수요 발굴에 노력 중이다.”

- 노사발전재단은 노사 중앙단체가 합의해서 만든 단체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사 중앙단체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다.
“노사 중앙단체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든가 재단의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부분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재단 설립 당시에는 노사 공동의 사업을 의도했으나 이후 노사관계발전법이 마련되면서 재단의 역할이나 사업수행 범위가 정해졌다. 법령 정비를 통해 재단은 중앙 단위 노사단체의 대화 속에서 노사관계의 큰 변화를 논의하기보다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사 상호 이해 속에서 노사 양측에 이익될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지원해 왔다. 노사 중앙단체는 재단 이사회, 운영위원회, 감사 등 재단 운영에 참여하면서 재단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고 있다.”

- 저출생·고령화·저성장·탄소중립에 따른 산업전환·디지털전환 등 다양한 요인이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고령화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2년 후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늘어나는 고령인구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퇴직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이 주된 사업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지난해 기준 49.3세다. 중장년 고용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정부 모두의 적극적 의지와 관심을 가지고 풀어야 할 문제다. 심화할 고령화에 대응해 재단에서도 중장년과 기업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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