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은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원청에 사용자 책임을 묻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에 직장인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살핀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직장인 71.9%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에 대해 “동의한다”고 답했다. 현 노조법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원청을 상대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교섭을 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폭넓은 것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정부·여당은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4.4%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20.6%)의 두 배를 웃돌았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직장인의 불만도 컸다. 직장인 10명 중 6명(59.6%)은 정부가 “사용자에 관대하고 노동자에 가혹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사용자에 가혹하고 노동자에 관대하다는 응답은 10.6%에 그쳤다. 10명 중 8명(79%)은 “현 정부가 직장인들을 위한 노동·일자리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연민 변호사(직장갑질119)는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 다단계 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 있는 비정규직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개선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아니라거나 권한이 없다는 답변으로 외면받고 있다”며 “노조법 2조 개정 여론이 높은 것은 원청이 갖는 지배력은 크지만 그에 상응하는 노동법적 책임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히 판단하게 하고, 사용자 범위와 쟁의행위 대상을 넓히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 처리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여야 합의를 요구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9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누차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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