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총이 2025년으로 예정된 ESG 공시 의무화를 3~4년 늦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총은 이날 “국가 차원 공시제도 운영기반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ESG 공시 조기 의무화는 국내 산업현장 및 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ESG란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친 용어다. ESG 경영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에 요구되는 비재무적인 사회적 책임들을 의미한다.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소속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으로 △일반요구사항에 대한 공시기준(S1) △기후 관련 공시기준(S2)을 확정·발표한 상태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2조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기업의 ESG 공시를 2025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ESG 공시 대상 기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경총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으로 주목받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확정이 당초 계획보다 많이 늦어졌다”며 “국가 차원의 공시제도 기반 조성이 충분히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도입하면 산업현장과 자본시장의 대혼란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IFRS 공시기준은 회사가 실질지배력을 갖지 않고 있는 거래기업의 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집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내 탄소배출량 검증업체와 인력이 각각 13곳, 200여명 수준으로 검·인증 시장도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2025년으로 예정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한 3~4년 정도 늦추고 정부와 기업이 세부 공시기준 마련과 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경총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면 환경·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신지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그린피스 홈페이지에 작성한 글에서 “지금 KSSB(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예비안 수립 과정에서도 많은 기업들은 ‘더 느슨하고 천천히’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회피일 뿐”이라며 “공급망에 속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압력이 점차 커질 텐데 언제까지 피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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