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조 법률원)

얼마 전 본 지면을 통해 중대재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본 바 있다(2023년 7월6일자 17면 ‘중대재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 처벌불원 의사의 의미’). 중대재해 발생시 흔히 피해자(주로 유족)는 합의 여부 및 범위, 고소·고발 여부 등을 고민하게 되는데, 이 글에서는 고소·고발의 의미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피해자를 고소권자로 정하고, 피해자를 제외한 제3자도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고발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소 또는 고발이 제기된 사건에서 고소인·고발인은 수사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하면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청구로 불기소 이유를 서면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사실 우리 헌법과 범죄피해자 보호법, 형사소송법 등 각 법령은 고소·고발과 무관하게 범죄 피해자에게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각종 법적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는 범죄 피해자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담당자와 상담하거나 재판절차에 참여해 진술하는 등 형사절차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수사 관련 사항(수사기관의 공소 제기, 불기소, 불송치<이유 포함>, 수사 중지, 이송 등 결과) △공판 진행 사항 및 재판 결과(공판기일, 공소 제기된 법원, 재판 결과, 선고일, 재판의 확정 및 상소 여부 등) △형 집행(가석방·석방·이송·사망 및 도주 등) 및 보호관찰 집행 상황과 같은 형사절차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수사기관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의 재판 절차 참여 진술권 등 형사절차상 권리 등을 알려 줄 의무도 있다.

그런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보제공의 경우 대부분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어 각 시기에 맞춰 형사절차 정보제공을 신청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필요하다. 더욱이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가 달라서 보다 확대된 정보접근을 위해서는 고소·고발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피해자의 알 권리 내지 정보접근권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고소·고발 등 피해자의 적극적인 참여는 증거의 발견 및 수집을 비롯해 실체적 진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기여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 적절한 내용의 합의를 통해 피해자(유족)에게 배·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또 다른 한편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남은 형사절차에서 중대재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안전보건범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확인하고 판결을 통한 형벌의 경고 기능을 바로 세우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고소·고발의 의미와 효과는 무엇일까. 고소인 또는 고발인으로서 진술하고 자료를 제출을 할 경우 가해자의 거짓 주장, 수사기관 등의 증거 판단 오류 가능성 등을 제때 차단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발견·수집할 수 있게 한다. 수사와 재판에서 회사측의 진술만 들어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려우므로 유족, 동료 노동자, 관련 전문가 등 평상시 일터의 실태를 알고 있는 이들의 진술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불기소시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하고 무언가 잘못 알거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면 이를 지적해 불복(항고,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중대재해 사건에서 재해 경위나 원인이 피해자나 현장 노동자의 잘못으로 둔갑해 회사측을 기소하지 않거나 무죄를 선고하고 현장 노동자를 공범으로 판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인정과 재해 원인 평가에 있어 피해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최소한 정보접근권을 통해 사건의 사법적 결말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의 가족이, 함께 일했던 내 동료가 왜,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묻고 답하는 전 과정을 우리는 함께 주목하고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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