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4월8일,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본부 소속 트럭운전자 4천500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섰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노조의 총파업을 강력하게 단속해(Intensive crackdown) 분쇄(broke)한 뒤 처음이다.(후략)”

<아시아 노동비평(Asia Labour Review)>은 올해 5월21일자 온라인판 지면에 이렇게 썼다. 아시아 노동비평은 아시아 각지의 노동운동을 다루는 온라인 매체다. 장대업 서강대 교수가 편집장이다. 최근 아시아 노동비평 제작 실무를 담당하는 케빈 린(38·사진) 아시아 노동비평 매니징 에디터(부편집장)가 방한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본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아시아 노동운동 교류하는 채널 희망해”

- 아시아 노동비평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시아 노동자의 투쟁에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포함한다. 아시아 각지 노동운동의 아이디어와 교훈·경험을 교류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노동자가 공동으로 대화하고 투쟁하면서 행동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아시아 전역의 활동가들에게 각종 캠페인을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한다. 노동 국제주의(Labour Internationalism)를 추구한 초국적 연대다.”

- 지난해 5월 새로 출범한 한국 정부의 퇴행적 노동정책이 노정관계 긴장을 부르고 있다. 아시아 전역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안다. 아시아 전역에서도 이처럼 노동환경을 저하시키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일자리창출법(job creation law)을 도입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제도를 제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새 정부를 포함해 이런 현상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동력을 잃고 경제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노동자를 공격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려 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노동정책 법제화 시도는 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탄압의 결과로 정부가 노동운동 활동가를 구속하거나 심지어 암살하는 경우도 있다. 법제화를 통해 노동탄압 의제를 관찰하려는 극단적인 시도다. 아시아 각국의 노동운동은 저항하고 있다.”

- 그러나 노동운동은 시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일정 부분 실패하고 있다.
“역시 공통된 문제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시아 각지에서도 노조가 무엇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노조에 대한 신뢰가 낮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노조가 대변한다고 느끼지도 못한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노조에 대한 시민 지지 이탈,
아시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

- 그런 인식이 확산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노조가 청년 등 소외계층에 직접 말을 걸지 못해서다. 그래서 노조가 아닌 다른 단체를 조직하기도 한다. 공동체·공제회·협의회 등 노조 외 조직형태다. 노동조건에 불만이 많은데도 노조를 지지하지 않거나 노조활동을 지지하지 않는 사례가 많을 텐데. 결국 집단행동을 하는 노조가 시민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을 과정과 결과로 모두 증명해야 한다. 임금이 하락하거나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증가하는 것, 노동조건의 불만이 누적하는 것 모두 공통적으로 노동의 사안이다. 이런 것들 모두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 세대별로는 아예 다른 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에서 일부 세대별 노조는 전통적인 노조운동 궤도를 이탈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노조를 말하는 것 같다. 한국을 비롯하 이사아 전역의 청년 전반은 공통적으로 미래를 희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년이 갖는 직장은 불안정하고, 임금은 삭감하거나 적어도 인상하지 않는다. 물가와 집세는 끊임없이 오른다. 생활고에 대한 압력을 느낀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런 체제에 대한 불만이 꼭 청년을 진보적으로 이끌 것이란 보장은 되지 못한다. 전 세계적으로 우파 포퓰리즘이 등장했고, 우파 포퓰리즘 지도자들은 이런 불만을 흡수해 권력을 쟁취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불만을 가졌다고 진보적일 수는 없다. 왜곡이 발생해 반이민자관을 형성하거나, 여성과 페미니즘에 본인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진보적 노조와 사회는 이런 불만을 방기해선 안 된다. 계속 조직해서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환경과 노동의 만남,
추상적 구호보다 구체적 실증 필요

- 노동운동이 직면한 또 다른 도전은 기후위기 대응이다.
“맞다. 환경파괴와 오염, 기후위기는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내 생각에 기후위기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거의 매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되고 있다. 서울의 올해 더위도 자연스러운 무더위는 아니지 않았나. 이 사안을 다루는 데 다급함이 있다. 조금의 변화를 통한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사회를 재조직해 생활양식과 생산양식을 급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노동운동도 이 의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시급성이 크다. 노동운동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노동운동이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입지를 갖고 있다. 노력이 필요하다.”

- 그러나 한국에서 노동운동은 환경운동과 여전히 구분돼 있다.
“아시아 노동비평은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이익, 그러니까 노동자의 이익과 환경의 이익이 상충한다고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치한다고 본다. 이것을 구체적인 차원에서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농장을 보라. 환경문제가 곧 노동자의 건강권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는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의제로 설정돼 있다. 노동자와 환경의 이익이 추상적으로 일치한다는 접근보다 실사례를 통해 증명하면 노동권과 환경의제를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은 근본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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