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이 위험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직무·성과급제의 첫 타깃이 되고 효율화·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일방통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배동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
▲ 배동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상생과 공정한 임금체계’ 등을 내세우며 직무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에 대해 정부 지침과 경영평가제도, 낙하산 임원 등을 동원해 직무·성과급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직무·성과급제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임금격차의 주요한 원인은 규모 등 기업 간 임금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같은 고용형태별 격차, 그리고 성별 격차 문제다. 공공기관도 기관 간 임금격차와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는 민간과 다름없이 심각하다. 즉, 기관을 뛰어넘는 초기업적인 대책이 없다면 격차 해소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제에는 기관을 뛰어넘는 임금기준이나 임금 조정 계획은 전무하다. 비정규직 대책은 실종됐고, 내년 최저임금은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2.5% 인상으로 저임금 문제는 오히려 악화했다. 말로만 격차해소를 얘기할 뿐, 오로지 자본의 요구를 반영해 저임금·저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성과와 평가에 따른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을 뿐이다.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할 것으로 발표된 55개 기관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박근혜 정권 시절 ‘성과연봉제’의 망령이 윤석열 정부 들어 ‘직무·성과급제’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남을 알 수 있다.

공공기관은 시민들에게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부서와 직무 간 협업은 필수적이다. 만약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이 소속 부처, 시·도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난다면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직무·성과급제는 직무·직종·부서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임금체계다. 이윤이 나지 않는 부서, 저평가 직무는 기피 업무가 될 것이다. 주관적인 평가에 따른 임금격차 확대로 ‘조직 내 정치’ ‘줄 세우기 문화’가 판치고, ‘각자도생의 조직’이 돼 협업과 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다. 단기적 이윤과 성과 중심으로 공공기관이 운영되면서 공공성은 파괴되고 시민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다. 교섭과 협약에 의한 집단적 임금 결정이 아닌 개별화된 임금결정으로 노동조합은 무력화되고,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생애임금은 낮아질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노동권 파괴 공세는 다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저하와 노동권 파괴로 확장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서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진행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미 공공기관 임금체계는 복잡함을 넘어 거의 괴물 수준이 돼 가고 있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정률인상 방식의 총인건비제도하에서는 기관별 임금격차도,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도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전체를 아우르고,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임금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도 십수 년간의 지난한 산별교섭을 통해 새로운 임금체계 개편을 마련했다. 당사자인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자본의 이해만을 반영한 일방통행식 정부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공공운수노조는 9월부터 공동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직무·성과급제 저지를 넘어서 ‘차별이 아닌 평등과 통합’을 위한 공공기관 임금제도 마련을 위한 노정교섭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양대 노총의 전체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8월 말부터 ‘노정교섭 촉구! 직무성과급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노정교섭을 제도화하는 정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유독 정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침과 경영평가 뒤에 숨어 공공기관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지금 당장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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