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9월1일은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49일이 지나는 동안 ‘중대시민재해 오송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시민대책위가 요구한 것은 △피해 유가족과 생존자의 권리 보장 및 정부의 사과 △유족 및 지역 시민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조사위원회 구성과 철저한 진상조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과 책임자 엄중 처벌 △ 기후재난시대에 대응한 종합 재난안전대책 수립이다.

중대재해전문가넷에서 오송 참사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인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상 결함과 다른 공중이용시설인 ‘미호강 제방’의 설치·관리상 결함이 서로 중첩해 발생했기에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의 감찰조사와 조치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사건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임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충청북도·충북경찰청·청주시·충북소방본부의 잘못으로 참사가 발생했음을 확인했지만, 책임자인 기관장들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채 부단체장과 일선 공무원만을 조사대상에 포함해 징계 등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관계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지만 시민대책위나 유족들에게 수사 진행 과정에 대해 어떠한 브리핑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국무조정실과 검찰의 조사가 끝난 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통해 확인한 것은 청주서부소방서가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시점을 속이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정부 당국의 무책임과 재난컨트롤타워 부재는 이번에도 반복돼 오송 참사를 만들었고, 결국 14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참사에 임하는 책임자들의 자세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때와 너무나 똑같아 보인다. 책임자들 대부분은 처음에는 ‘책임’을 부정하며 다른 기관의 잘못이라고 떠넘긴다.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의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기보다 책임을 축소 또는 은폐하거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빠르게 무마해 수습하려는 태도를 보여 유족과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과 비통함을 안겨 주고 있다.

되풀이하는 참사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안타깝다. 하지만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 있는 자들의 기만적인 태도와 행태를 직면해야 할 때, 국가가 참사를 외면한 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우리는 참담하고 절망스럽다.

그러기에 이번 오송 참사는 더는 이러한 방식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검찰은 오송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유족과 시민대책위 참여를 보장하는 조사위원회 구성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 책임기관장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은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참사의 피해자인 유족과 생존자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진상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민분향소를 유지하고 유족(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한다. 앞으로 가속화할 기후재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종합적인 재난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하지 않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9월1일 시민대책위는 49재를 기리는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참사를 멈추겠다는 다짐’은 우리 모두의 약속이 되고, 다짐이 돼야 한다. 참사에 임하는 ‘책임자들’이 먼저 약속하고 다짐하고 행동할 때, 참사는 더 빨리 멈출 수 있으며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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