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경찰이 지난 2·4월 센터 폐쇄 항의 등의 노조 활동을 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지회장 정성용) 간부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노조 활동했다고 “업무방해”

22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인천 서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고 시도했다. 수사관 10여명은 노조 사무실로 진입했으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내용과 달리 노조 사무실에 지부·지회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아 영장에 기재된 압수 품목을 발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사무실에 별도의 지부·지회 사무실이 없고 지회 간부들이 이곳에 상주하지도 않는다”며 “간부들이 이미 피의자 조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휴대전화를 경찰에 압수당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압수수색이 진행된다고 판단해 중단을 요구했고 수사관들도 이를 일부 인정하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월·4월 노조의 항의방문 등이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3개의 사건이 병합돼 이번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첫 사건은 2월3일 벌어졌다. 당시 인천1센터의 갑작스런 폐쇄와 강제전보에 항의해 정성용 지회장을 비롯한 지회 관계자 8명이 항의방문에 나섰다. 쿠팡은 업무방해 등으로 신고했고, 경찰은 업무방해·공동건조물 침입·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2월8일 직장내 괴롭힘 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조사관이 인천1센터를 방문하자 괴롭힘 신고자인 지회 간부가 함께 진입하려 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공동 건조물 침입·집시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4월19일은 인천4센터에서 퇴근시간이 지연되면서 임금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와 공동건조물침입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지회 관계자 11명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노조 활동을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상태다.

문제는 경찰이 이미 지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최대 두 차례에 걸쳐 피의자 조사를 마쳤다는 데 있다. 또 경찰은 이날 오전 정성용 지회장 등 지회 간부 2명의 자택으로 찾아가 정 지회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지부 관계자는 “경찰이 자본의 입맛에 맞춰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했다”며 “압수수색할 만한 혐의도 아닌데 압수수색을 강행해 지부도 매우 황당했다”고 밝혔다.

업무방해 혐의에 조합원 명부, 조합비 세부내역서 요구?

피의자들의 변호인인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11명의 피의자들이 조사를 모두 받았고, 사건이 물류센터에서 이뤄져 관련 동영상이나 증거가 모두 확보된 상태”라며 “혐의사실과 조사 상황에 비춰볼 때 압수수색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압수수색 물품으로 조합원 명부, 조합비 세부내역서 등을 요구하는 등 업무방해나 집시법 위반 같은 혐의사실과 무관한 물품을 요구했다”며 “다소 무리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위의 압수수색 시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 초 폭염대책 관련해 지회가 적극적인 활동을 마친 뒤 이같은 압수수색이 들어온 것도 문제”라며 “이같은 경찰의 무리한 수사는 노조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노조 탄압이 분명한 경찰의 무리한 압수수색 행태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쿠팡 역시 노조에 업무방해·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덧씌워 탄압한다고 쿠팡의 만행이 감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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