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소위 ‘페이닥터’인 병원장을 입사 3개월 만에 수습기간이 종료됐다며 본채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3개월의 수습기간은 본계약 체결 전에 업무 적격성을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시용기간’에 해당하는데, 본채용을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고 봤다.

재단 “통정허위표시” 근로계약 무효 주장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전북 김제의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Y의료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 1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7월 3개월간 수습(시용)기간을 정하고 병원장으로 취임했다. 근로계약서에는 “수습기간 동안 근무성적 등을 평가해 평가결과가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본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달렸다. 재단은 이를 근거로 그해 9월28일 ‘수습기간 종료에 따른 본채용 거절’을 통지했다. 수습심사 평가결과가 미흡했다는 이유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전북지노위는 “A씨와 재단은 시용근로관계에 있었고, 본채용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사유와 시기가 적법하게 통보되지 않았다”며 구제명령을 내렸다.

재단은 “근로계약은 통정허위표시(상대방과 서로 마음을 주고받아 했지만 진실이 아닌 의사표시)”라며 재심을 신청했다. 근로계약은 A씨가 상속세 감면과 재단 인수를 목적으로 출연한 5억원을 임금 명목으로 받아 우회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체결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씨는 배우자 사망으로 받은 상속재산 중 5억원을 의료사업에 출연하고, 재단 대표로부터 매달 1천5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중노위는 “근로계약은 실재했다”며 재단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재단은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

법원 “근로관계 실재, 거절 합리적 이유 없어”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근로계약의 실질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이 5억원 출연에 대한 조건이나 반대급부 성격으로 체결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여지는 엿보인다”면서도 “통정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단이 외래환자 진료와 당직근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하면서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등 지휘·감독을 했다는 취지다.

이를 전제로 A씨와 재단은 ‘시용근로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1년 7월 재단 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재판부는 “A씨가 재단에서 임금 외에 병원 운영에 따른 이익 분배 등을 받은 사실이 없고, 재단도 A씨가 경영권이나 인사권을 행사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며 “임원 지위는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본채용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병원장 평가기준은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에 적용되는 내용과 동일한 것이어서 의사 업무와 관리자 역할을 함께 하는 병원장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A씨로서는 수습평가의 구체적인 방식· 기준·절차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본채용 거부에 절차상 하자는 없으나, 재단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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