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무사고 사이에 사고가 끼었다. 한 글자 작은 차이에 사고가 있다. 빵 만드는 공장 반죽기에 끼어 노동자가 죽었다. 처음도 아니다. 밥벌이 나선 사람이 퇴근하지 못해 그날 저녁 밥상에 국이 싸늘하게 식는다. 갓 지은 고봉밥 오른 제사상을 받는다. 향냄새 짙다. 그 공장엔 무사고와 안전예방 구호 새긴 형광 조끼가 많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팻말도 있고, 재해 예방을 위한 두툼한 지침서도 있을 테다. 대체 무엇이 없어 한 글자 작은 차이 사고를 불렀는지 보려고 찾아간 국회의원들을 막아선 배짱이 또한 두둑했다. 정문 앞 위생모자 쓴 사람들 어깨 사이에 빈틈이 없었다. 공장 앞마당 막고 줄줄이 세워둔 물류트럭 사이 틈도 그랬다. 세상 가득 맛과 행복을 전달한다고 그 트럭에 적혀 있다. 그 너머로 삐죽, 공장 굴뚝이 높았다. 막지 못한 죽음을 두고 막아선 이와 막힌 사람들 언성이 자주 높았다. 빈틈없는 출입 관리로 그 회사 문턱이 끝내 높았다. 사니 죽니 하는 일 어딘가에 다만 빈틈이 있어 조끼에 새긴 무사고 구호가 오늘 또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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