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홍보원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 기관에서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했던 방송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외관상 ‘프리랜서’일 뿐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했다는 취지다. 쉬운 해고가 가능한 ‘가짜 프리랜서’를 활용한 방송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근·휴일수당 지급 거부 언론 제보
‘비밀유지 의무’ 어겼다며 계약해지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정부(국방홍보원)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6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A씨는 2012년 1월 국방홍보원과 프리랜서 약정 계약을 체결하고 국방TV의 녹화·생방송 음향 업무와 후반작업을 담당해 왔다. 이후 2018년 12월 재차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스태프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A씨의 ‘언론사 제보’가 해고의 불씨가 됐다. A씨는 야근·휴일수당 요구가 거부되자 고용노동청에 진정하면서 국방부 출입기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국방홍보원은 “계약으로 알게 된 상대방의 업무 및 기술상 비밀을 제3자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2019년 3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국방홍보원은 A씨가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지노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뒤 실질적인 징계해고인데도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정했다. 중노위 역시 초심을 유지하자 국방홍보원은 2019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서 “업무 지시 성실 이행” 규정
법원 “근무시간에 전적으로 구속돼 업무”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국방홍보원이 정하는 프로그램 일정에 따라 음향 업무 등을 수행했고, 달리 A씨가 업무 내용을 결정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2012년 계약에 따르면 A씨는 TV스튜디오 조명설치나 녹음실 운용과 관련해 보조업무를 수행했는데, 이는 담당자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위병소 출입시간 통계에 따르더라도 A씨가 오전 9시30분까지 출근한 기록이 88%나 됐다.

계약서 내용 역시 국방홍보원의 지휘·감독을 뒷받침했다. 2012년 프리랜서 계약서는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본인이 약정 이행 사항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담당 팀장에게 반드시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국방홍보원의 제반 규정과 업무 관련 지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책임 있는 공무원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급여 형태로 받았고, 비상사태나 명절연휴에 비상대기 근무를 한 부분도 노동자성 인정 지표가 됐다. 2심 역시 “계약 내용상 일과 종료도 방송 일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A씨는 근무시간에 거의 전적으로 구속돼 업무를 수행했다”며 국방홍보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A씨에게 지급된 대가는 임금이라고 해석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지급된 대가는 그의 노력에 따른 성과(시청률·광고료·판매수익 등)와는 무관하게 방송 일정과 업무량에 따라 산정된 보수”라며 “본질적으로는 고정급에 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A씨가 해고되고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3년3개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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