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횡성군청 청사 전경.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횡성지부>

강원도 횡성군이 2년을 초과해 일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했다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청은 매년 신규채용 절차를 통해 기간제 노동자를 반복해 사용하다가 2년이 초과하자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회피하려고 새로운 채용절차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절 없이 2년 근무, 군청 근로관계 종료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노위는 지난 6월30일 횡성군 행정실무원 A씨 등 6명이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 초심을 뒤집고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31일 A씨 등이 집단해고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2020년 7~11월 사이에 청원경찰이나 공무직·기간제 근로자 신규채용시험을 통해 채용됐다. 2021~2022년에도 같은 방식의 시험을 통과해 계속 근무했다. A씨 등은 군립 도서관이나 한우체험관, 터미널 매표소 등에서 관리업무를 맡았다. 한 명은 아동복지 교사로 일했다.

그런데 올해 채용시험에서 문제가 생겼다. A씨 등이 지난해 12월1일 공고한 ‘2022년 13차 횡성군 기간제근로자 신규채용시험’에 응시했지만 모두 불합격한 것이다. 횡성군은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며 근로관계를 종료했다. A씨 등은 “근로기간 단절 없이 2년을 초과해 근로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봐야 하는데도 횡성군이 근로관계를 종료했다”며 올해 1월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기간제법 회피 목적? 지노위는 군청 손

기간제법 4조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2년이 넘었다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본다. A씨 등은 2020년 하반기에 입사해 모두 2년이 넘었다. A씨 등은 강원지노위 심문회의에서 “지난해 실시한 신규채용시험은 기간제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다수 기간제 노동자는 2년 초과시 심사를 통해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군청은 지난해 신규채용에서 5명 이상 합격했다며 기간제법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맞섰다. 예산상 문제 등으로 환경미화원 외에는 공무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퇴직금을 총 근로기간에 대해 지급하고 연차휴가를 15일 부여한 부분도 행정착오였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A씨 등은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반복 갱신’과는 무관한 1년 기간제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강원지노위는 군청 주장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채용은 ‘신규채용’으로, ‘반복’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지노위는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 시점을 전후한 근로기간을 합산할 수 없어 A씨 등은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노위 “기간제 반복·갱신, 채용은 형식 불과”

중노위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근로계약 종료 전에 이미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했다. 매년 하반기 신규채용에 따라 공백기 없이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했다는 것이다. 중노위는 “근로관계가 매년 반복 체결되는 과정에서 사직서 제출, 업무인수인계 등 실질적 근로관계 종료 조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기존 근로계약 존속 기간 중 공개채용에 응시한 점을 볼 때 공개채용 절차는 형식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의 담당 업무도 상시·지속되는 사업으로, 기간제법 예외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중노위는 “A씨 등이 ‘신규채용 응시 당시 근로관계를 반복·갱신한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횡성군 이외 다른 사업장에 응시한 바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에 수긍이 간다”며 “A씨 등은 근로계약을 지속하고 계속 채용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해고 노동자 “원직복직 희망, 행정착오 어이없어”

해고된 군청 노동자들은 중노위 판정을 환영했다. A씨는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군청 관계자가 공무직 심사 대상자가 된다고 해서 면접을 형식적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연말에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잘라 버렸다”며 “원직복직만을 바라며 7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해 생계가 힘들었다. 군청은 행정 실수라고 주장하는데 관공서가 업무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A씨 등을 대리한 하윤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희연)는 “지노위의 전문성 문제는 계속 야기되고 있고, 지역 사회가 좁다 보니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판례는 공개채용 절차만 거치면 계속근로기간이 단절되고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된다고 한 적이 없다. 중노위 판정은 올바른 법리 검토로 초심 판정을 바로잡은 데에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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