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조 법률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에는 CCTV를 (더) 설치하고 노동자에게는 보디캠이나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달게 한다는 소식을 여러 경로로 접했다. 이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노동감시 우려에 회사는 “개인정보 보호보다 생명이 먼저” 따위의 말로 응수하기도 했다. 재해 예방을 위해 노동자들의 이상행동과 보호구 미착용 등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사고 발생 후 원인 규명에 활용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안전보건관리체제의 의미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이고, 마치 안전모만 쓰면 어떤 위험천만한 현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안전모 신화(myth)에 바탕을 둔 조치였다. 노동자의 안전의식이나 보호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재해 예방 시스템을 거부하자는 말도 아니다. 과연 재해 예방 목적을 위한 CCTV 설치는 적합한 수단인지, 노동감시만 감수하면 일터는 안전해지는지, 보안업체 등을 통한 안전관리 외주화의 수순은 아닌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중대재해 대책으로 CCTV 설치가 추진되고 관련 분쟁이 늘어 가는 상황에서 중요하게 참고할 수 있는 대법원 판례가 최근 선고됐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회사가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를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CCTV를 설치하자 노동조합 간부들이 카메라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업무방해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수년간 이어진 형사절차 끝에 대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어디까지나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는 경우가 원칙적인 모습이 돼야 하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 수집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돼야 하므로 그 요건 또한 가급적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예외인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의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설치한 CCTV 일부는 공장 부지 안을 비추고 있어 다수 노동자의 직·간접적인 노동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했는데 이는 다수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임에도 그들의 동의가 없었고 위 목적을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다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위법한 CCTV 설치라고 판단했다.

또한 노사협의회를 거쳐야 하는 ‘근로자 감시 설비’라 함은 사업장 내에 설치돼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 설비를 의미하고, 주된 목적이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회사가 내세우는 목적이 무엇이든 실질적으로 노동감시 효과가 있는 이상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적용 역시 받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업장 내 설치된 CCTV나 보디캠 등은 법이 정한 ‘근로자 감시 설비’로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가진 노동자의 동의 없이 시행되는 것은 예외적으로, 또 매우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것이라도 해당 설비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인지,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은 없는지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위험작업 작업계획서 미작성, 안전설비 미비, 관리감독자 미배치, 무리한 작업계획 등이 재해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장에서 감시 설비의 존재가 어떻게 재해 예방과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노동감시를 통해 중대재해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훨씬 타당하게 들린다. 차라리 안전보건 관련 각종 결제문서와 회의록을 실시간으로 공개함으로써 일터를 위험하게 하는 잘못된 경영판단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원인 규명에 활용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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