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노련

자회사를 통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시행된 지 5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의 근로조건도 과거 파견·용역직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설계 당시부터 모회사와의 불공정 계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공공기관 자회사 표준 설계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공노련(위원장 박해철)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공기관 자회사 표준 설계모델 연구용역’ 발표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발표 이후, 대다수 공기업이 자회사 전환 방식을 선택했다. 고용불안은 사라졌지만 열악한 처우는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정부는 2020년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이듬해 연맹과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이수진 의원의 ‘공공기관 자회사 계약설계 개선방안 연구’로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지표가 구체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모회사와의 계약 설계 자체를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회사 계약은 원가를 설계하고, 그에 대한 예정가격을 정하고, 낙찰률을 적용하는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정부 지침과 평가과정은 예정가격과 낙찰률 등에만 집중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공기업 36개사 중 26개사(10개사는 자회사 미설립)의 41개 자회사에 대한 용역계약서, 과업지시서, 설계내역서 및 원가계산서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2021년 연구 당시보다 외형적 지표는 개선됐다. 낙찰률, 일반관리비 비율, 이윤비율, 예정가격비율 등이 상승했고, 모·자회사 간 노사공동협의회나 사내복지기금 공동활용 등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세부 항목에서는 여전히 불공정이 의심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처음부터 공정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연구용역 책임연구자인 이현우 노무사(커넥트 노무법인)는 “정해진 계약금 안에서 자회사 예산을 쪼개 임금과 복리후생 개선에 활용하는 과거 용역회사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식대·명절상여금·복지포인트 등 이른바 복지 3종세트가 계약 설계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식대의 경우 9개사가 반영하지 않았다. 명절상여금은 13개사, 복지포인트는 11개사만 반영했다. 이 노무사는 “평가지표에 포함됐지만 자회사에 부담하도록 하고 모회사와의 계약 설계에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모회사 경영평가만 좋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복지 3종 세트가 노무비가 아닌 경비항목으로 설계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 노무사는 “노무비로 포함되면 급여성이라 퇴직금에 반영되기 때문에 퇴직충당금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퇴직금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에 각종 수당을 포함하지 않는 문제, 연차휴가수당은 대부분 15일을 기준으로 설계해 대근 등으로 인한 비용발생분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정부가 자회사 표준 설계모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노무사는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니 확실히 개선됐다”며 “표준 설계모델을 마련하고 당근보다 채찍으로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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