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가 26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국토교통부의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갑질과 민영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소희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 2명 중 1명은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갑질을 ‘심각한 수준’으로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출장결과 보고서를 대필하라거나 친인척 채용을 부탁받는 등 위법과 탈법을 오가는 갑질과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법령 위반 갑질 경험도 3명 중 1명

공공운수노조는 26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 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국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한국국토정보공사·국가철도공단·국토안전관리원 등 국토부 산하 8개 공공기관·공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373명이 온라인으로 설문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8%의 응답자가 주무부처의 갑질이 “심각하다”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법령 등을 위반한 갑질을 경험한 이도 3명 중 1명꼴(33.5%)이었다. 조사를 맡은 정진화 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친인척의 취업을 부탁하거나 직원의 퇴직을 강요했다는 응답도 조사됐다”며 “폭언이나 모욕감을 주는 사례도 다수 보고됐고 출장결과 보고서를 대필하라는 등의 무리한 업무지시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서 발표한 갑질 근절대책이나 공공분야 갑질근절 가이드라인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하기관에 일괄적으로 갑질 실태조사를 하거나 갑질 예방교육을 하지는 않는다”며 “기관마다 담당자가 달라 기관별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2018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대책에는 중앙행정기관이 매년말 소속기관 및 산하 공공기관의 갑질 근절대책 실적을 취합해 국무조정실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2019년 발표된 공공분야 갑질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기관장은 산하기관이나 거래처 등을 대상으로 갑질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신지영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정부 대책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은 산하기관과 연계해 실태조사를 하거나 갑질 예방교육, 신고조치 안내 등을 해야 하지만 국토부에는 이들 모두 부재한 상황”이라며 “국토부는 산하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갑질 실태조사를 하고 피해 지원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 SR 특혜, 가덕도 공항 민자 투입은 민영화”

국토부 산하기관 노동자들은 국토부가 ‘우회 민영화’에 앞장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9월부터 경전선, 전라선, 동해선에 SRT를 한 대씩 투입하고 하루 두 차례 운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새 노선에 투입될 차량의 확보다.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에는 여유차량이 없어 부산-수서 노선의 SRT 차량 2대를 빼고 정비 일정을 조정해 1대를 확보해 총 3대를 투입한다는 게 국토부 계획이다. 이근조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국토부의 계획으로 부산-수서 간 열차운행횟수는 13% 축소될 예정”이라며 “SR과 철도공사 2개의 기관을 운영하느라 연간 최소 406억원의 중복비용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SR은 정부가 철도의 경쟁체제를 위해 만든 회사로 철도공사가 독점하고 있던 철도사업을 민간이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 민영화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29년 12월 개항을 앞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석범 한국공항공사노조 위원장은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민간자본의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민간자본이 투입되면 안전서비스 관련 재투자를 소홀히 해 이윤을 추구할 것”이라며 “이는 공항 이용객인 국민에 대한 안전과 서비스품질 저하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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