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건설현장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한다며 최근 여당에서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건설노조는 불법행위 단속을 넘어 법·제도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모두 건설기계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통해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것을 넘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실제로 여당은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는데 모두 TF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모든 책임을 건설기계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노조가 지적한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은 각각 김정재·김희국·엄태영 의원이 발의한 안이다. 지난해 11월 발의한 김정재 의원안은 건설기계를 건설현장에 무단으로 세워 두고 작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건설기계대여업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월 발의한 김희국 의원안은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부당금품을 주고받으면 면허취소 및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5월 발의한 엄태영 의원안에는 레미콘 차량을 비롯한 건설기계 대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이행을 거부해선 안 되며 일방적으로 운송거부시 행정처분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조는 이러한 개정안들을 ‘개악안’으로 규정하고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법으로 규율 가능한 행위에 대해 대여사업자 혹은 조종사의 생계와 직결된 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이다.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조항 신설로 인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수고용직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은 교섭 과정에서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준법운행 등 항의행동을 하는데, 이러한 단체행동마저 불법·부당행위로 분류돼 생계수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월례비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6월29일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병철 수석전문위원은 김정재 의원안 검토보고서에서 “건설기계를 이용해 공사 등을 방해하는 경우를 금지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건전한 갈등 해소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행법에 따라 건설기계사업자의 의무를 위반한 자는 과태료 처분을 받으므로 이에 더해 영업정지 등 제재처분을 부과하면 중복제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송병철 전문위원은 김희국 의원안 검토보고서에서 “법원의 판단을 감안해 처벌보다는 건설현장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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