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파업 나선 병원 노동자들 옆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병원은 크고 번듯해지는데, 거기 일하는 사람들 처지는 그렇지 못하다고 단결투쟁 머리띠 두른 저들이 말했다.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외쳤다. 안전제일, 저 유명한 구호는 무언가 짓고 부수는 터 어디든 붙어 익숙하지만, 실상 야속한 말에 그친다. 안전을 지운 자리에 돈이 붙어 비로소 참말이 된다는 게 사람들 쓰린 뒷말이다. 철근을 아끼고, 비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하던 건물에서 보글보글, 저녁 밥상이 하루 또 무사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권력자와 정치인의 잦은 약속 또한 저 구호처럼 허망하다. 재난이 날로 성큼 가깝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시골 사는 늙은 엄마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자식들에 전화를 돌린다. 평생 단골 소금 가게에 전화를 넣는다. 나라의 행정이 멈추거나 오작동한 자리에서 사람들은 각자도생 네 글자를 곱씹는다. 그러나 바꿔 보자고 뭉친 사람들 목소리도 큰비와 폭염 속에서 작지 않았다. 단결이 제일이라고, 제 일을 멈추고 꾸역꾸역 모여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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