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삼성물산에 건설부문 노조가 설립된 뒤 교섭단위 분리 이슈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물산은 건설·상사·패션·리조트 4개 사업부문이 합쳐진 회사다. 건설부문 노조는 각 부문이 별개 회사나 다름없다며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향후 교섭권을 두고 노노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교섭단위를 부문별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을 확인한 결과 삼성물산건설부문노조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에 대해 서울지노위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지노위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물산 내 여러 사업부문 중 하나에 해당할 뿐 그 자체로 독립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신청은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건설부문노조는 지난 5월31일 서울 강동구청에서 노조설립신고증을 발부받았다. 이후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금속노조 삼성지회와 체결한 단협 유효기간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해당 단협의 만료일이 내년 3월31일까지로 상당기간 남아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는 게 사측 입장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14조의2에 따르면 사업장에 단협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이 되는 날부터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건설·상사 사업을 하던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리조트·외식·패션사업을 하던 제일모직과 합병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이 추진되면서 4개 부문 사업이 하나의 회사로 모이게 된 것이다. 이후 삼성지회는 지난해 4월 노조설립 11년 만에 삼성물산 사측과 첫 단협을 체결했다. 지회에는 4개 부문에서 모두 조합원이 가입해 있지만 리조트부문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삼성지회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교섭단위 분리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삼성물산측이 삼성지회를 과반수노조로 공고하자 에버랜드노조가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서다. 당시 경기지노위와 서울지노위는 서로 관할이 아니라며 사건을 이송했는데, 서울지노위가 각 사업부문을 별도 교섭단위로 판단해 에버랜드 사업장이 있는 경기지노위가 관할이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관할 여부를 넘어 과반수노조 판정까지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중노위가 서울지노위를 관할로 정한 뒤 에버랜드노조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삼성물산건설부문노조는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단협 만료일 이전 3개월’이라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때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향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두고 삼성물산건설부문노조와 삼성지회 사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삼성물산건설부문노조와 삼성지회 모두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쪽이든 교섭단위 분리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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