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당 신당추진 사업단 출범 기자회견.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의당이 함께할 ‘제3정치세력’은 어디까지일까. 정의당은 재창당 방향성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고, 다른 정당 역시 논의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녹색당에게는 손을 내밀었고, 녹색당도 손을 맞잡을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의 이런 움직임은 10월11일 치러지는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응 움직임에서 관측되고 있다.

정의당 재창당 색깔 정할 ‘데드라인’ 임박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거다. 2024년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로, 각 당은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가 될 수 있는 선거로 보고 있다.

보궐선거는 정의당과 제3세력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선거에 임하기 위해 후보를 선정하고 선거 전략을 만들며 다른 정당과도 연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 정체성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보궐선거 본선 후보자 등록일은 9월21일. 23일 현재 두 달 가량 남았다. 당의 색깔을 정할 데드라인인 셈이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보궐선거를 거치며 당의 입장이 확실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들이 있다. 이동영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선거 전에야 원론적으로 모두 이야기할 수 있지만, 선거는 후보등록 유무, 선거 캠페인 전략 등을 공표할 수밖에 없어 논의구조가 아주 구체적인 형태로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시대가 진보정당에게 요구하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자신들과 정체성이 일치하는 시민사회와 제3정치세력들과 연대하고 통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의당 지도부는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당’,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에는 어떤 가치를 내걸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함께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녹색당은 연합 논의 오가고
진보당은 권혜인 예비후보 내며 당력 집중

내년 총선에서 ‘선거연합정당’을 정치방침으로 내세운 민주노총의 타이머도 작동 중이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은 당초 4월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8월 결정으로 미뤄졌다. 민주노총은 현재 정의당·녹색당·노동당·진보당과 연석회의를 하며 노동자 정치 세력화와 진보정당 단결을 논의하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과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선거연합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다만 정의당은 녹색당과 함께하려는 움직임은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이정미 당대표는 지난달 25일 재창당에 포함되는 ‘제3세력’에 대해 “녹색당을 포함한 기후정치세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 17일 발족한 신당추진 사업단 공동단장을 맡은 김종민 전 정의당 부대표도 “신당사업추진단 발족식 때 녹색당에 강서구청장 후보를 같이 내자고 정식 제안을 했다. 이게 사업단의 초기 최우선 사업”이라고 밝혔다.

녹색당은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녹색당은 23일 오후 온라인으로 임시전국위원회를 열고 ‘2024년 총선대응 워크숍(안) 준비 건’과 함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논의를 했다. 다음달 5~6일 전국위원 워크숍에서 총선방침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김혜미 녹색당 부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에 후보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진보정당이 다들 어려우니 함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열어놓고 논의하는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설명했다.

반면 진보당은 독자행보 중이다. 지난달 27일 권혜인 한의사가 진보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진보정당 중 유일하게 예비후보를 내는 권 후보자는 “강서구청장 선거로 진보당이 대안정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겠다. 진보당 집권을 위한 수도권 돌파를 강서에서 열어내겠다”며 활동을 시작했다. 진보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의당, 당내 이견 해소도 숙제

정의당이 통합과 연대를 모색할 ‘제3세력’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불거지는 내부 이견들을 조율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의당 지도부가 ‘제3세력’과 통합하겠다는 결의안을 내놓자 당내 의견그룹이던 새로운진보는 이런 정의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 ‘새로운 진보정당 시민참여 추진을 위한 제안모임’을 만들고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천호선 전 정의당 초대 대표가 참여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후에 지도부가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의원이 포함되기는 어렵다고 한 발언에 당내에서는 또 다른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노동과 녹색 외에도 여러 세력들과 이야기하며 검토할 수 있는 사안들이 있는데 이를 닫아놓고 논의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오히려 더 빠르고 선명하게 선을 긋고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히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금태섭, 양향자 신당과 하냐 마냐는 논쟁보다는 양당 밖에서 정치를 극복하겠다는 흐름들이 만들어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제3지대 균열을 크게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신당추진 사업단은 9월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정한 뒤 늦어도 10월 초 당대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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