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19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외국인 가사인력 수입은 “초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공식 제안된 것이다. 올해는 비전문취업 ‘E-9비자’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서울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인력 시범사업은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외국인 간병과 노인돌봄 서비스 인력 도입, 우수한 외국 인재의 유입 방안 등 다가오는 이민 사회와 외국인력 활동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외국인 가사인력 수입을 추진하는 세력은 싱가포르와 홍콩의 예를 들며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싱가포르와 홍콩은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책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3월17일 낸 ‘이슈트렌드’에서 “싱가포르에서 2022년도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사상 최저 수준인 1.05명으로 추락하면서 싱가포르 정부의 저출산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고 밝혔다. 합계 출산율이란 15~49세의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를 말한다. 싱가포르에서는 “1975년 합계 출산율이 인구 대체수준인 2.2명 아래로 내려왔고, 1986~88년 일시 반등을 제외하면 출산율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싱가포르 정부는 신혼부부들이 자녀 출산을 미루는 이유를 “상승하는 집값”으로 보고 “유자녀 신혼부부에 주문형 건설(BTO, Build-To-Order) 아파트 청약 우선권과 물건(物件)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베이비 보너스(Baby Bonus) 상품권 액수를 3천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291만원) 만큼 증액하고 아동개발계정(Child Development Account) 기여금의 정부 부담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싱가포르 정부는 현행 2주인 배우자(아빠) 출산휴가 기간도 내년 1월부터 4주로 늘리기로 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늘림으로써 아빠들이 육아에 더 많은 역할을 하게 하고 고용주와 직장동료들도 아빠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출산휴가를 사용하도록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탄력근무시간제(FWA, flexible work arrangements)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24년 발표될 예정인 ‘탄력근무시간제에 관한 노사정 3자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탄력근무시간 요구를 적절하게 고려하여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싱가포르는 “유럽과 중국 출신의 경제적 여유가 있던 이민자들이 임금 수준이 낮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보모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1978년 ‘외국인 가사도우미(helper)’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한겨레신문 인터넷판 2023년 6월6일 자). ‘헬퍼’ 제도가 도입된 지 반세기가 다 돼 가지만 싱가포르의 출산율이 올라간 적은 없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가사인력 수입 추진 세력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이라 주장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등 해외 사례는 외국인 가사인력을 수입한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이 외국인 가사인력 수입을 갑작스레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동남아의 값싼 ‘육체 노동력’을 대거 공급함으로써 국내 노동시장 하층의 임금을 낮게 유지하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둘째, 동남아의 값싼 ‘육체 노동력’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현행 최저임금제도에 파열구를 내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의 두 가지를 병행함으로써 한국의 지배층이 내국인과 외국인의 ‘육체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넘어 ‘노동시장 노예제(slavery system of labour market)’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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