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고은 기자
어고은 기자

정부·여당이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폄훼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청년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부추긴다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업급여와 노동의욕 저하 주장은 구체적인 상관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국회가 해야 할 것은 실업급여 수급자 대부분인 청년과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정부·여당은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하 고용센터 관계자는 여성과 청년들이 실업급여 수급 기간에 해외여행을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실업급여는 부당한 대우 혹은 경영주의 일방적인 횡포로 거리로 쫓겨난 사람들이 구직 활동을 하기 위한 기본소득”이라며 “마치 정부 예산으로 용돈을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사실과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민주노총 청년사업차장은 “청년들 사이에서 실업급여가 그렇게 배아프고 부러우면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는 경험을 해 보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여당이 취약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지희 전교조 청년국장은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보호하고 재취업을 위한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동자들의 안전벨트인 실업급여를 함부로 깎기 전에 비정규직부터 철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나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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