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행 경비노동자 노동권 침해 실태 관련 토론회를 열고 고용노동부에 실태조사와 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이재 기자>

은행이 경비원에게 경비업 외 업무를 불법으로 지시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불법파견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은행 경비노동자 노동권 침해 실태·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나왔다.

류 의원이 은행 등 금융기관 112곳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전체 간접고용 노동자는 4만4천459명으로, 이 가운데 2만7천489명이 은행에 고용됐다. 은행 간접고용은 경호·보안서비스(24.9%)에 집중됐다. 증권(4.7%)과 보험(6.4%)을 압도한 규모다. 최진혁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해담)는 “예금을 관리하는 은행이 보안·경비 인력 수요를 간접고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계약의 형식만 도급일 뿐 실질은 직접고용 근로계약에 가까웠다. 이태훈 은행경비원협회장은 “지점장 지시로 은행직원과 아파트 분양관 대출업무에 동행해 모바일계좌 개설과 카드발급 같은 분양관 업무 과정에 투입된 사례도 있다”며 “이 밖에도 고객의 위임장을 받아 국세청 자료를 발급받거나 발레파킹을 요구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은행이 고객응대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경비원에게 사실상 전가하기 때문이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채용 플랫폼에서 은행 경비를 검색해 보면 고객서비스를 업무 영역으로 하고 있다”며 “담당업무로 은행 질서 유지 및 시설 경비·보완과 더불어 고객응대 및 안내를 포함하고 있고 은행전용 어플설치나 자동화기기 안내 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경호·보안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아예 고객응대 같은 부수업무도 떠넘기는 형태라는 얘기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관계를 강조하면서 경비노동자와 은행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불법파견임이 분명하지만 개별적인 불법파견 소송을 시작하는 순간 대다수 은행은 정규직 전환 회피를 위해 업무지시를 은폐할 것”이라며 “소송을 통해 은행의 사용자성을 확인하고, 교섭에 나서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관심도 촉구했다. 류 의원은 “은행별 인적 구성과 임금, 노동시간, 도급계약 현황 등 구체적 조사가 필요하다”며 “노동부는 노동개악 같은 헛힘 쓰지 말고 본연 업무에 충실해 금융권 비정규노동 실태에 대한 적극적 근로감독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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